코스피지수가 동력(모멘텀) 공백 속에 수급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시장이 방향성 없이 움직이는 가운데 장중 변동성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6일 오전 11시 10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6.94포인트(0.35%) 상승한 1990.68을 기록하고 있다. 코스피는 전날 1.16% 이상 빠지며 2000선에서 1980선을 밀려났다가 이날 하루 만에 1990선으로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외 변수만 놓고 보면 이렇다 꼽을 만한 악재가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글로벌 비동조화 흐름을 보이면서 일종의 쉬어가는 장을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기 전까지는 당분간 '모멘텀 공백' 장세가 이어지면서 장중 상황에 따라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곽중보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날 증시 상승 배경을 굳이 꼽자면 일본 엔화 약세에 대한 우려 완화와 새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정책 등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면서 "지난해 워낙 굵직한 재료들이 많았기 때문에 현재는 어지간한 재료에는 시장의 호응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은 미국의 재정절벽과 양적완화 관련 이슈, 국내외 주요국의 정권 교체 등 집중도 높은 재료들이 연이어 소화하면서 쌓아뒀던 피로감을 해소하는 과정이라는 얘기다.

곽중보 연구원은 "시장이 변화할 것이라는 새로운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는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먼저 오는 18일 중국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결과와 다음주 24일 새벽 미국 애플의 지난 분기 실적이 가닥을 잡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주중 미국 금융주들의 분기 실적 발표 역시 투자자들의 확인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곽병열 연구원은 "미국 금융주의 실적 발표들을 시작으로 실적 시즌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실적이 크게 개선됐을 것으로 보진 않지만 그동안 낮춰진 눈높이를 어느 정도 충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향후 환율, 기업 실적 등의 긍정적인 변화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장중 수급에 따라 출렁거림이 지속될 수 있어 보인다. 특히 벵가드 관련 물량도 꾸준하게 수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뱅가드 EM(이머징마켓) ETF(상장지수펀드) 관련 유출은 이날부터 일주일 단위로 비중이 조절된다"면서 "시차를 감안하면 한국 주식시장에 충격을 주는 시기는 해당일 동시호가가 유력하다"고 지적했다.

벵가드의 해당 지수의 한국에 대한 가중치는 100%이지만 이날부터 일주일 단위로 4%(3600억원)씩 낮추게 되며 오는 7월 3일에는 한국의 비중이 0%가 된다.

주간 단위로 한국은 4%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매도 수요가 발생하는 것. 간단히 계산하면 뱅가드 EM ETF의 설정액 60조원 중 한국 비중(15%) 9조원의 4%인 3600억원이 매도로 출회되는 셈이다.

최 연구원은 "종목별 충격은 시총 상위 종목에 집중된다"면서 "금액으로는 삼성전자가 907억원으로 가장 많고 수량은 SK하이닉스가 30만주 이상으로 추정되며, 특히 지난해 유입된 차익매수의 청산과 맞물릴 경우 상당한 주가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