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보고 중 질책..대북 온건노선 崔에 견제설도

대통령직 인수위원직에서 갑자기 물러난 최대석 이화여대 교수가 지난 12일 국가정보원 업무보고에서 국정원 간부에게 언성을 높이며 화를 냈다는 증언이 나와 사퇴 이유와의 연관성이 주목된다.

인수위 소식에 정통한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들은 16일 "최 교수가 지난 토요일 오전 업무보고에 참석해 국정원의 한 간부에게 목소리를 높이면서 크게 화를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무보고에 배석한 인사들은 평소 거의 화를 내지 않는 최 교수의 온화한 성품을 알고 있기 때문이 그의 심기가 매우 불편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당시 국정원 목영만 기조실장의 업무보고를 듣던 중 목 실장의 업무보고 자세를 질책하면서 상당히 격앙된 상태로 따져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석했던 한 관계자는 "최 교수가 기조실장에게 `왜 보고 도중에 흥분해서 언성을 높이느냐'고 질책한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기조실장이 `의욕적으로 하다 보니 그런 면이 없지 않았다'며 사과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보고가 이어지는 과정에서 "자세한 내용은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이어서 생략했다"는 취지로 국정원 측이 해명하자 최 교수는 매우 예민해하면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최 교수가 역정을 낸 것이 국정원의 업무보고가 지나치게 무성의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국정원 업무보고는 특별한 공약 자체가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너무 무성의할 정도로 내용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국정원 측은 이런 증언이 나온 데 대해 "비공개회의인데 그런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면서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국정원 업무보고가 채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국정원이 이명박 정부의 강경 대북기조 유지의 입장을 밝히자 대북 온건파인 최 교수가 반박하며 질책했고, 이런 상황이 그의 사퇴와 관련된 것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 교수가 과거 학자와 대북 시민단체 대표로 활동하면서 부적절한 대북접촉을 했고 이를 정보기관이 문제삼지 않았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를 둘러싸고 박 당선인 측 한 의원이 지난달 말 중국 베이징(北京)을 방문해 북한 측 인사와의 접촉을 추진한 것 아니냐는 소문도 있다.

그러나 해당 의원은 "개인적인 일정으로 갔을 뿐 북한 인사를 만나지도, 만나려고 시도하지도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최 교수의 온건한 대북노선에 불만을 느낀 보수세력이 당국에 투서를 넣은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처가인 GS그룹 계열사와 그의 사퇴가 관련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도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대북 정보 업무 등을 통일부로 이관하려던 최 교수에 대해 국정원이 내심 불편해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를 두고 인수위 안팎에서는 정보기관이 비둘기파로 대변되는 최 교수에게 부담을 느껴 모종의 압력을 행사했고 사실 여부를 떠나 최 교수가 스스로 자리를 포기한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박성민 기자 jsa@yna.co.krmin2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