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16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 수정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재원 마련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인수위 내부에서도 고민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인수위는 그동안 개별 공약의 실현 가능성과 재원 대책을 꼼꼼하게 검토해 새 정부 출범 후 실행에 옮길 공약만 제시했기 때문에 100% 이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부처 업무보고 과정에서 특히 복지 분야 공약들에 대해 필요 재원이 당선인 측 추계보다 더 많이 들 것이라는 보고가 잇따랐다. 예컨대 당선인의 공약인 ‘기초노령연금 100% 확대’를 실행하는 데 당초 3조6000억원가량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으나, 보건복지부는 2배 이상 많은 9조원이 필요하다는 자체 분석을 제시하며 신중한 입장을 전달했다.

여기에다 여당인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대규모 예산이 수반되는 공약의 속도조절론이 나오는 것도 부담이다. 정몽준 의원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공약을 한꺼번에 지키려 한다면 그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며 “중요한 것은 국민에게 약속했던 방향으로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나갈 것인가 하는 큰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심재철 최고위원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기초노령연금, 군복무 18개월 단축, 4대 중증질환 보장 등 대형 예산이 수반되는 공약에 대한 ‘출구 전략’ 마련을 거듭 촉구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이날 “개별 공약들이 서로 중복되지 않는지 등에 대해 분석하고 진단하기로 했다”고 말한 것은 이 같은 주변 상황을 감안해 인수위 내부에서도 대선 공약을 둘러싼 출구 전략 마련을 검토 중이라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수위는 재원이 필요한 공약의 경우 정부가 제출한 공약 이행계획을 면밀히 따져 전체적인 재원 소요계획을 집계한 뒤 공약별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필요할 경우 일부 공약을 수정하는 과정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