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동에서 25년째 금속부품을 만들고 있는 한신산업의 구성현 사장(56)은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4~5년 전만 해도 연 10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1억5000만원으로 곤두박질해서다. 경기 불황으로 고정 거래처마저 떨어져 나간 결과다. 운영자금도 만들기 힘든 상황이다. 구 사장은 아내에게 제조기술을 가르친 뒤 직접 영업을 뛰고 있다. 그러나 새 거래처를 찾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다.

구 사장은 “20년 이상 제조만 해오던 인근 영세 제조업자들도 직접 일감을 찾아 다니지만 비슷한 상황”이라며 “자금 지원도 절실하지만 마케팅이나 영업력이 떨어지는 소공인들을 위해 판로개척 지원 시스템도 시급하다”고 하소연했다.

26만명에 달하는 10인 미만 소공인(영세 제조업자)들이 판로를 뚫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만성적인 자금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당장 일감을 찾아야 하는데 경기침체로 고정 거래처는 끊기고 대안은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구로동에서 주방기기를 만드는 나비드의 권택상 사장(57)은 “올해 1월 일감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 이상 줄었다”며 “새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대부분 시장상권이나 영세 상인들을 위한 정책이라 소공인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이 최근 전국 소공업체 8008곳을 대상으로 운영실태를 조사한 결과 소공인들은 자금 부족(40.1%)에 이어 판로 개척(32.3%)을 경영활동에 있어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특히 판로 개척을 위한 마케팅 활동 시 힘든 점으로 ‘거래처 확보 능력 부족’(48.9%)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한 소공인은 “당장 공장 운영자금도 턱없이 부족한 판국에 공동 광고나 홍보에 쓸 돈이 있겠느냐”며 “최소한 우리 제품을 필요로 하는 거래처 정보만이라도 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기청은 이에 따라 오는 5월 소공인 특화지원센터를 설치해 경영교육과 기능인력 양성, 공동이용장비 임대 등의 지원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판로 개척에 대해서는 중기청도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체 제조업체 32만5082곳의 81%를 차지하는 26만3194곳의 소공업체들을 업종별, 지역별로 파악해 지원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업종별 특성을 무시한 마케팅 지원은 소공업체 입장에선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한 것”이라며 “어떻게 업종별 상황에 맞춰 지원할지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문겸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20년 넘게 단골 거래처나 고정 고객들과 거래해왔던 소공인들에게 새 판로를 개척하기란 쉽지 않다”며 “소공인들이 강점을 가진 공동생산 시스템을 이용해 단지별 전문 컨설턴트 지원, 협동매장 구축 등 마케팅 플랫폼을 만들어주는 게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전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