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에서 5년 만에 부활하는 경제부총리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컨트롤타워(사령탑)가 생긴다는 점에선 긍정적 평가가 많다. 반면 대통령이 제대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지금과 별로 달라질 게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강봉균 건전재정포럼 대표는 “경제부총리라는 직함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며 “박정희 대통령 시절 장기영·남덕우 부총리처럼 대통령이 전폭적으로 믿고 맡겨줘야 경제부총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동수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전 환경부 차관)은 “대통령이 경제 부처 장관들을 임명하기 전에 경제부총리와 상의하는 식으로 경제부총리에 힘을 실어주는 방법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경제부총리를 겸하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장관회의나 예산권을 쥐고 있지만 경제부처 장관을 통솔하는 조정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인사권만큼 강력한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이런 지적이 나오는 이유는 부총리는 국무총리와 달리 헌법이나 정부조직법에 직제가 없기 때문이다. 권한이나 위상이 불명확해 과거에도 경제부총리의 성패는 대통령의 신임 여부에 좌우되곤 했다. 노무현 정부 때 경제부처 장관회의를 경제부총리를 겸했던 재정경제부 장관이 아니라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도한 게 단적인 사례다. 현 정부에서도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비스업 선진화 차원에서 영리의료법인 허용을 추진했지만 실세 정치인인 전재희 복지부 장관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경제부총리가 새 정부 초기 가장 역점을 둬야 하는 과제로는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꼽는 전문가가 많았다. 김인철 차기 한국경제학회장(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은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경제를 살리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이어 “단기에 해야 할 과제와 중장기 개혁 과제를 구분해야 한다”며 “경제수장은 욕을 먹더라도 공약 중에서 되는 건 되고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걸 분명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도 “다주택자를 무조건 투기꾼 취급해선 안 된다”며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장 잠재력 복원에 신경써달라는 요구도 많았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요즘 민생이나 중소기업 이슈는 많지만 경제의 성장 동력에 대한 얘기는 없다”며 “‘위기다, 위기다’ 떠들며 자칫 위기관리만 하다 임기가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새 정부 5년간 추가 복지비용이 135조원에 달하는데 재원 마련에 한계가 있다”며 “재정건전성을 높이고 저출산·고령화와 생산가능인구 감소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용석/서정환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