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을 더 받고 싶다면 최고경영자(CEO)가 아이를 못 낳게 하라(?)’ CEO가 아이를 낳으면 직원들의 월급이 떨어진다는 이색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16일(현지시간) 덴마크 알보그 경제대, 콜롬비아 경제대, 메릴랜드대 스미스 경제대학원 교수들이 지난해 덴마크의 1만600개 회사 직원 120만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 CEO에게 아이가 생기면 직원들의 월급은 평균 0.2%가 줄었다. 같은 기간 CEO의 월급은 평균 4.9% 올랐다. 크리스티안 데즈소 메릴랜드대 스미스 경제대학원 교수는 “CEO들이 아이가 생기는 즉시 ‘가족을 위해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서 이 같은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CEO 자녀의 성별에 따라서도 월급에 변화가 나타났다. 예컨대 CEO가 아들을 낳을 경우 딸을 낳을 때보다 임금 감소폭이 더 컸다. 이는 직원의 성별에도 영향을 미쳐 CEO의 첫째 아이가 아들일 경우 여성 직원의 임금은 0.2% 감소한 반면 남성 직원의 임금은 0.5% 줄었다.

보고서는 주로 남성 CEO들이 자신의 아내가 아이를 낳고 기르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모성애를 새롭게 인식한 것이 여성 직원과 남성 직원의 임금 격차 해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CEO가 딸을 낳을 때는 여성 직원들의 임금이 더 오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 여성 임금이 오르는 현상은 CEO가 첫째 아이를 가질 때만 적용됐다. CEO가 둘 이상의 자녀를 가질 경우 성별에 관계없이 직원들의 임금이 줄었다.

보고서는 또 CEO에게 아이가 생기면 자신의 임금이 오르길 바라는 부정적인 마음과 직원들에게 좀 더 관대해지는 긍정적인 마음이 동시에 생긴다고 밝혔다. 아이가 하나일 때는 긍정적인 마음이, 둘 이상일 때는 부정적인 마음이 앞선다고 분석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