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경영학 대부 피터 드러커, 2013 혼돈의 경제에 답하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베이비붐 세대 인구구조 변화…지식노동자의 역할 증대
21C 기업은 사적소유 벗어나…기본에서 다시 시작하라
달러 몰락·세계통화 탄생 전망, 국내 첫 번역…위기처방전 제시
혼란기의 경영
피터 드러커 지음 / 박종훈·이왈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64쪽 / 1만5000원
21C 기업은 사적소유 벗어나…기본에서 다시 시작하라
달러 몰락·세계통화 탄생 전망, 국내 첫 번역…위기처방전 제시
혼란기의 경영
피터 드러커 지음 / 박종훈·이왈수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64쪽 / 1만5000원
미국발(發) 금융위기와 유럽발 금융위기가 차례로 글로벌 사회를 강타하면서 나날이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제로성장 시대라는 말까지 나돈다. 이런 격변과 위협의 시기에 기업·병원·대학 등 조직의 경영자들은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금껏 익숙했던 틀이 흔들리고, 앞은 가늠하기 어렵다.
현대 경영학의 창시자인 피터 드러커(1909~2005·사진)의 《혼란기의 경영》은 이런 이들을 위한 책이다. 이 책에는 경영의 기본을 강조하는 드러커의 지혜가 담겨 있다. 나날이 커지는 불확실성 속에서 자본, 물리적 자산, 시간, 지식의 4가지 핵심가치를 지속적이고도 체계적으로, 양심적으로 관리하는 일의 이유와 중요성을 잘 설명했다.
다양한 분야의 고전을 통해 축척한 넓고 깊은 지식에 더해 슘페터, 케인스 등 현대를 움직이는 지식을 만든 인류의 스승들에게 직접 전수받은 통찰력이 빛을 발한다. 시간적으로는 현대 사회의 태동기부터 시작해 21세기까지, 공간적으로는 오스트리아 영국 미국으로 이어진 삶의 여정이 녹아든 드러커 문체의 수려함도 여전하다.
드러커는 이 책에서 미래 경영환경의 메가트렌드로 크게 세 가지를 든다. 인구 구조의 변화, 지식 노동자의 역할 증대, 글로벌화의 심화다. 경영자라면 베이비붐 세대와 베이비버스트 세대로 말미암은 인구 구조의 변화에 반드시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전통적 퇴직 연령에 이른 사람들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직 건강한 상태여서 무노동 상태를 지탱할 수 없다”는 분석이나 “고등교육을 받은 젊은이들이 노동시장에 많이 진출할 것이나, 이들은 돈과는 상관없이 전통적인 생산직은 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모든 선진국에서 인력 부족 상태가 빚어질 전망”이라는 분석은 1980년대에 쓴 것이라고 여길 수 없을 정도로 현재 한국의 상황과 맞아떨어진다.
“의사들만으로 병원을 운영할 수 없고, 의사들 없이도 병원을 운영할 수 없다”는 영미권의 속담을 인용하며 드러커는 지식노동자의 역할이 증대되리라고 진단했다. 경영자와 전문가가 한 몸이 된 “머리 둘 달린 괴물”이 출현할 것이란다. 미래사회의 지배세력은 지식노동자들이며, 이들이 ‘피고용인’에 머물지 않고 ‘동업자’가 될 것이라는 드러커의 예측은 정확히 맞았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아이디어맨을 구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으며, 경제 위기 속에서도 탁월한 지식노동자가 많은 IT업계는 꾸준한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드러커는 21세기 기업이 국가의 소유물이나 기업총수의 사적 재산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생산, 가공, 유통, 광고, 판매 등이 다른 대륙에서 실행되는 현재의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시스템, 라이선스 제도, 해외 직·간접투자제도 등을 일찍이 예측했다. 다만 드러커는 기업의 윤리 의식과 전 지구적 책임 의식에 기반한 글로벌화를 말한 반면, 현재 글로벌화는 국내외의 관계에서 여러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 책 4장에서 드러커는 특유의 신중함을 잃지 않으면서 세계 경제가 통합될 것이라고 봤다. 더 나아가 달러의 몰락을 불가피한 것으로 간주하면서 세계통화의 탄생을 점쳤으며, 주권이 사라진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그가 생각보다 먼 미래를 바라보았다고 간주하면 이 모든 일들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서 이른 평가를 받았다고 치부할 수 있지만 그가 동의할지는 의문이다.
2005년 11월11일 드러커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클레어몬트의 자택에서 아흔여섯 번째 생일을 8일 앞두고 영면했을 때,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그를 표지인물로 내세우고 ‘경영을 창조한 피터 드러커, 그의 가르침이 여전히 중요한 이유’라는 특집 기사를 실었다. 단순한 부음기사가 아니라 표지인물과 특집기사로 그를 기렸다는 사실만 봐도 드러커가 사회에 주는 영향력이 대단했음을 가늠할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의 탄생 100주년이었던 2009년 ‘피터 드러커를 생각하며’라는 글을 통해 ‘혼란기’를 ‘경영’해야 한다고 한 대가의 말에 다시 한번 주목했다. “기본에서 다시 시작하라”는 피터 드러커의 가르침이 한국 사회에 새로운 가능성을 심어주리라 믿어본다.
예상한 <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