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열면 다가오는 아이들. 그 아이들의 미소에, 장난스러움에, 소리에 나를 맡겨본다. 나는 언제부터 아프리카를 가슴에 품었던가? 나도 이해할 수 없는 운명으로 다가온 아이들의 눈동자. 그 빛나는 아름다움을, 그 빛나는 행복함을 오래도록 지켜줄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결국 내 행복도 함께 이뤄지는 것이다.”

사진가 신미식은 사진을 통한 치유가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이다. 서른 살에 카메라를 처음 장만한 그는 내면의 열정이 시키는 대로 떠났다. 국내는 물론 마다가스카르, 에티오피아, 미얀마 등 전 세계를 주유했다. 이제 50대가 된 그는 사진 에세이집 《시간이 흐른다 마음이 흐른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아프리카를 다녀오면 내 안에 존재하는 묵은 욕망들이 조금은 떨어져 나가는 것을 느낀다. 욕심으로 살아온 시간, 남에게 나를 숨기며 살아온 시간, 아닌 것처럼 웅크린 내 감정들, 결국 속물인 내 모습을 조금이나마 참회한다.”

책에는 천진난만한 아프리카의 아이들의 눈망울과 미얀마 풍경, 천막 위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는 몽골 유목민의 순박한 모습, 수단의 사막과 무의도의 개펄 등이 순서 없이 펼쳐진다. 사람과 풍경, 꽃과 동물, 낮 풍경과 황혼이 함께한다.

누군가 “당신은 여행중독자인가요?”라고 묻자 “중독이 아니라 내 삶의 중심입니다”라고 했던 작가는 여행과 사진으로 살아가는 것이 자신의 삶이라고 정의한다. 20여년을 카메라와 함께 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내일을 위해 ‘지금 이 순간’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강 위의 다리에 황혼이 지는 풍경을 보며 그는 이렇게 말한다.

“다양한 색이 잔잔한 강물을 물들이고 있었다. 다양한 삶이 다리 위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시간 다른 것은 생각할 필요가 없다. 나에게 다가온 저 빛나는 황혼은 축복 그 자체였다. 내가 이곳에 존재하는 지금 이 순간은 그야말로 다시 올 수 없는 행복한 순간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