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일감 몰아주기에 "징벌적 배상제 적용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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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이익 환수로 규제
공정거래위원회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대기업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에까지 확대 적용하는 데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계열사에 대한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는 다른 방식으로 규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1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 대상을 일감 몰아주기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 “일감 몰아주기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공식 해명했다. 김윤수 공정위 경쟁정책과장은 “일감 몰아주기로 손해를 보는 곳은 일감을 몰아준 대기업과 그 회사의 주주”라며 “손해를 본 곳에 또 손해배상을 하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손해액을 정확히 산정하기도 힘들다”고 덧붙였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불공정 행위를 한 대기업에 소비자나 중소기업이 입은 피해액보다 훨씬 많은 손해배상금을 물리는 제도다. 현재 기술 탈취 행위에 대해서만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를 대기업의 부당 납품단가 인하, 부당한 인력 빼가기 등으로 확대하고 손해배상액도 최대 10배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법리상 일감 몰아주기까지로 확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김 과장은 “일감 몰아주기에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하는 문제는 공정위 차원에서 논의조차 안된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규제는 다른 방식으로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당선인이 ‘경제적 약자 보호’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위해 고려하고 있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대기업 계열사 간 부당 내부거래 금지 규정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공정거래법 23조는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해 상품, 용역 등을 제공하거나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해 지원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 중 ‘부당하게’에 해당하는 요건을 완화하고 ‘현저히’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현실적으로 ‘부당하게’와 ‘현저히’라는 요건을 위반했는지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더 많은 계열사 간 거래가 금지행위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공정위는 또 일감 몰아주기로 발생하는 부당이익을 전액 환수할 계획이다. 일감 몰아주기가 대기업 총수 일가의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데다 중소기업의 사업 참여를 가로막아 경제민주화에도 역행한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분야로 시스템 통합(SI), 물류, 광고, 건설 등 4대 업종을 꼽고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