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감사결과] 속도전이 부른 예고된 부실…보완 약속한 朴, 어떤 선택할까
‘4대강 살리기 사업’은 2009년부터 4년간 22조2000억원이 투입된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국책사업이다. 홍수를 예방하고 수자원 확보 및 친수공간 조성을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지만 감사원 감사결과 시설 품질은 물론 수질관리까지 전반적으로 부실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부실한 시공

[4대강 사업 감사결과] 속도전이 부른 예고된 부실…보완 약속한 朴, 어떤 선택할까
17일 발표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4대강에 설치된 보(洑)와 수문 등은 설계부터 시공관리까지 부실했다. 4대강에 설치되는 보는 높이가 4~12m, 저수량이 900만~1억300만㎥로 규모가 큰 편이다. 여기에 높이가 20~80m에 달하는 가동수문까지 설치돼 있어 수문을 열었을 때 가해지는 유속에너지가 매우 큰 편이어서 구조물과 보 하부에 큰 충격이 가해진다. 하지만 4대강 공사에 설치된 보들은 높이 4m 이하의 소규모 고정보 설계 기준을 적용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그 결과 총 16개 보 가운데 15곳에서 보를 세운 하천 바닥이 물살에 파헤쳐지는 세굴현상을 막기 위해 설치된 ‘바닥보호공’이 유실되거나 바닥이 침하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합천·창녕보의 경우 9.7m나 침하돼 안전 문제까지 지적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감사원의 지적은 보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한 것이라기보다는 보수가 부실하게 진행된 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보 바닥보호공은 뚜렷한 설계 기준이 정립돼 있지 않아 해외에서도 보 건설 후 보강작업이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 4대강 보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2011년과 2012년 홍수기를 거치면서 유실된 바닥보호공에 대해서는 대부분 보강이 끝난 상태”라며 “다만 낙단보·칠곡보·죽산보는 신중한 보강공법 결정 과정을 거쳐 4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이런 대규모 사업에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일부 문제가 발생했다”며 “아파트를 지을 때도 1~2년은 계속 하자 보수를 하듯이, 4대강 보들도 계속 문제점을 파악해 유지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질 악화 방치

4대강 물은 보 안에 갇혀 있는 시간이 길다. 따라서 화학적산소요구량(COD)과 조류 농도는 흐르는 물보다 더 엄격하게 관리해야 함에도 환경부는 일반 하천의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만을 기준으로 관리했다는게 감사원 지적이다.

지난해 상반기 4대강의 BOD는 예년 대비 1ℓ당 3.15㎎에서 2.83㎎으로 감소했지만 COD는 1ℓ당 5.64㎎에서 6.15㎎으로 9% 늘었다. COD 수치 기준으로는 환경정책기본법상 ‘보통(3등급)’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는 여과, 침전, 활성탄 투입, 살균 등 고도의 정수처리 후 생활용수로 이용하거나 일반적 정수처리 후 공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임을 뜻한다.

하지만 환경부는 BOD 기준을 적용해 수질이 개선된 것으로 평가해 수질 개선 시기를 놓치거나 수질 악화를 초래했다.

환경부도 할 말이 없지는 않다. 사업 초기 마련된 ‘4대강 마스터플랜’은 BOD를 기준으로 수질목표를 관리하도록 했다. COD는 기후변화와 도시화에 따라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여서 공사 전후 4대강의 수질 추이를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수질예보제와 관련해서는 환경단체의 지적을 일부 받아들여 올해부터 낙동강 일부 구간에 조류경보제를 시범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준설기준도 논란

준설 기준도 엉터리였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토부는 사업효과나 경제성을 검토하지 않고 4대강 모든 구간에 일괄적으로 대규모 준설을 실시했다. 또 사업효과를 검증한 뒤에도 준설단면을 재설정하지 않은 채 시공된 준설단면을 기준으로 퇴적토를 준설, 2880억원의 유지관리 비용이 발생했다. 감사원은 국토부와 환경부 장관에게 관련 비리자 12명을 징계하라고 통보했다.

국토부는 준설량이 과다하다는 지적에 대해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200년 빈도 규모의 홍수에 안전하도록 하고 물 확보 측면에서 여유있게 설계했다”고 밝혔다.

■ 수중보

수중보는 물속에 설치된 낮은 보(洑)를 말한다. 보는 하천 물을 가두기 위해 설치한 둑이다.

■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

생화학적산소요구량(BOD)은 물속의 유기물질 함유량을 나타내는 기준치다. 이 수치가 높으면 물속에 오폐수 등 이물질이 그만큼 많이 함유돼 있음을 뜻한다.

■ 화학적산소요구량(COD)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물의 오염 정도를 나타내는 수질기준이다. 유기물 등의 오염물질을 산화제로 분해시켜 정화하는 데 필요한 산소량을 ppm 등으로 나타낸 것이다. COD 수치가 클수록 오염이 심한 것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