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행은 전라북도 지역에 특화한 소형 지방은행이다. 작년 말 현재 총 96개 영업점 가운데 전북지역의 점포 수가 82개에 달한다. 그런데 지역 내 여·수신 점유율은 높은 편이 아니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이 거점지역 내 점유율이 30~40% 수준인 데 비해 전북은행은 30% 내외로 한 단계 낮다.

○총자산성장률, 은행 중 최고

전북은행은 보수적 경영으로 유명하다. 상·공업의 발전이 더디고 인구 수가 많지 않은 전북지역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런 경영풍토가 외환위기 당시에는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당시 10개 지방은행 중 7개 은행이 구조조정됐지만 전북은행은 살아남았다.

대구은행, 부산은행 등은 소매 금융회사에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총자산 15조원대를 2000년대 초반에 돌파하며 높은 수익성을 실현했다. 전북은행은 아직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작년 3분기 말 현재 전북은행의 총자산은 13조원이다. 예금은행 총자산 1887조원의 0.7%다. 자산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270조원)의 4.9%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북은행의 성장이 본격화된 2010년 이후 작년 3분기까지 연평균 총자산 성장률은 24.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일반 은행의 평균 자산 성장률(4.2%)을 크게 웃도는 성장세다. 전체 은행 중에서도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전북은행이 규모의 경제를 갖춰가는 과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수도권·대전 진출로 점유율 확대 나서

전북은행은 증권회사 대표이사를 역임한 김한 행장이 2010년 취임한 이후 선진국의 성공한 지역은행을 벤치마킹하며 높은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성장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지역 내 시장점유율 확대이고 둘째는 타 지역 진출, 셋째는 업무영역 확대다.

타 지역 진출의 경우 지리적으로 가깝고, 충청은행의 구조조정으로 경쟁이 상대적으로 덜해진 대전 지역과 수도권 진출을 강력 추진하고 있다. 작년 말 현재 96개 점포 중 전북지역을 제외한 14개 점포를 서울에 9개, 대전에 5개 배치하고 있다. 지난 3년간 서울·대전지역 점포 수를 2개에서 14개로 늘린 것이다. 특히 서울의 점포 증설은 다른 대형 지방은행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업무영역 확대는 우리캐피탈 인수를 통해 진행 중이다. 우리캐피탈은 전북은행의 업무영역이 아니었지만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자동차 할부가 주력사업이다. 인수 후 6개월 만에 실적이 정상 궤도에 진입했다. 올해 3조원대의 자산과 1.5%대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은행 ROA의 2.5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자동차를 담보로 하는 영업이어서 부실자산 발생 우려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전북은행의 성장 전략은 상당히 시의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수년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제2금융권이 몰락했다. 다음으로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시중은행의 대출 태도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자금시장은 공급자 시장(seller’s market)으로 전환했다. 전북은행의 성장 전략이 전세자금 대출 등 틈새시장과 담보부 대출 위주로 이뤄져 있다는 점도 적절하다.

○부실채권 비율·연체율 안정화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은행업에서 자산 성장세가 빠르면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두 가지 문제점에는 본질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부실자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부실자산의 경우 작년 10월 웅진그룹 부도로 500억원의 여신이 부실화하면서 과도한 성장의 후유증을 남겼다. 그러나 작년에 여신의 절반에 달하는 충당금을 적립한 것으로 추정된다. 웅진그룹의 부도가 사전 예측이 거의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연말의 부실채권 정리로 작년 말 부실채권 비율은 정상 수준인 1.4% 이내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말 1.18%로 예금은행 평균 1.19%, KB금융의 1.22%보다 낮아 부실자산에 대한 우려는 과도한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짧은 기간 동안 자산이 커져 BIS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없다. 우선 전북은행은 지난해 4분기에 89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기본자본비율을 8.4%로 높였다. 향후 자산 성장을 조절하면서 문제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2015년으로 예정됐던 은행의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 도입 시한이 최장 2019년까지 연기된 점도 전북은행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다른 부담은 지배주주 문제다. 최대주주인 삼양사가 지분율을 높일 여지가 적은 상태에서 사모펀드 등의 지분이 시장에서 팔릴 것이란 우려가 있다. 다른 지방은행의 외국인 비중이 60~75%에 달하지만, 전북은행은 9%에 불과하다. 그러나 2011년 말 새마을금고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크게 우려할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

○좋은 주가흐름 나타낼 듯

전북은행 주가에 최대 장애요인으로 작용해 온 유상증자 가능성이 상당 폭 희석된 데 비해 현재 주가는 주당순자산 대비 0.35배에 불과하다. 상장은행 단순평균 대비 36% 할인돼 있다. 2013년 전북은행의 예상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10.7%로 상장은행 단순평균 대비 23%포인트 높다.

대구은행과 부산은행의 경우 규모의 경제를 돌파한 2000년대 초반 이후 높은 ROE를 바탕으로 은행업 평균 대비 20~30% 할증을 적용받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향후 수년간 전북은행의 주가 흐름은 뛰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백운 <아이엠투자증권 기업분석부장 woonpaik@iminvesti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