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갖가지 사연을 지니고 있다. 지적장애라는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운동을 통해 희망을 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운명에 맞선 기적의 선수 최경재

최경재 고양 홀트학교 플로어하키 선수는 생후 23개월 때 손가락이 문에 끼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파상풍과 사후강직 증상에 시달리던 그는 의식불명 상태로 호흡기에 의존하며 두 달간 병상에 누워 있어야 했다. 의식을 회복한 뒤에도 중증 뇌성마비 진단과 함께 4~5년의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이 때문에 뇌의 반 이상을 잃었고 시신경과 청각신경 손상까지 입었다.

최경재는 이런 불행에 굴하지 않고 플로어하키에 매진했으며 국가대표 최고 공격수로 성공했다.

그의 어머니는 “현대 의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 비해 떨어진 체력 때문에 올해가 마지막 출전이지만 목표는 오직 승리”라며 각오를 다졌다.

○‘달려라 하니’ 최아람·영미 자매

스키의 마라톤으로 불리는 크로스컨트리 선수 최아람(14)과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트 선수 최영미(12)는 ‘달려라 하니’로 알려진 자매다.

최아람은 지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초등학생 시절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았다. 그러나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 담임 선생님이 이 사실을 알아챌 때까지 친구들의 냉소와 비웃음을 말없이 견뎌왔다.

태백미래학교로 전학한 그는 체육 교사의 눈에 띄어 크로스컨트리에 입문했다. 매일 20㎞를 달리는 노력 끝에 3개월 뒤 열린 전국장애인동계체육대회 지적장애인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스페셜올림픽 프레대회에선 3관왕에 올랐다. 그는 힘든 훈련을 마친 뒤 “하나도 힘들지 않고 재미있다. 꼭 1등을 하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동생인 영미는 하계 스포츠에서 잘 알려진 스타다. 제6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육상 여자 초등부 높이뛰기와 포환던지기에서 강원선수단 첫 2관왕을 기록했다. 그는 언니의 경기를 보며 동계올림픽에 대한 꿈을 키웠고, 드디어 스피드 스케이트를 통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한다.

○생모 찾아 한국 온 헨리 미스

미국 스노보드 선수 헨리 미스에게 이번 대회는 고향을 찾는 여정이기도 하다.

22년 전 한국에서 태어나 몇 달간 신생아 합병증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그는 이듬해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사는 부부에게 입양됐다.

그의 양어머니는 장애를 가진 그를 위해 4년간 거의 모든 생활을 포기하다시피 했다. 그 덕분에 어릴 때부터 뛰어난 운동 감각을 갖게 된 그는 고교 재학 중 스노보딩을 시작해 미국 지적장애인 스노보딩 대표팀에 발탁됐다.

대회 참가가 확정되자 사실 여부를 서면으로 받아 또 한번 확인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자랑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친부모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