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행은 언론에 노출되는 일이 많지 않은 기업이다. 증시에 상장돼 있지만 시가총액이 3000억원 미만으로 적은 데다 지방은행인 탓에 전국적인 인지도가 낮아서다. 은행의 규모를 보여주는 자산이 11조원대로 전체 지방은행 중 가장 작은 것도 관심도가 떨어지는 이유다.

이처럼 존재감이 크지 않던 전북은행이지만 지난해 10월 초 연이어 매스컴을 장식했다. 전격적인 법정관리 신청으로 충격파를 몰고 온 웅진그룹에 500억원이라는 큰 돈을 대출해 줘 떼일 위기에 처했다는 나쁜 뉴스 때문이었다. 이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주가가 6% 넘게 곤두박질치는 등 금융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렇게 힘든 1주일을 보낸 뒤 전북은행은 또 한 번의 반전(反轉)으로 시장 참가자들을 놀라게 했다. 1주일 전과 달리 이번에는 좋은 뉴스였다. 웅진 탓에 104억원이라는 많은 충당금을 쌓았는데도 3분기 이익이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보다 20% 이상 높은 230억원으로 발표된 것이다. 주가도 이때를 바닥으로 오름세로 반전했다. 최악의 사태가 역설적으로 쉬 흔들리지 않는 전북은행의 탄탄한 수익기반을 입증한 셈이다.

○자산 급증하며 탄탄해진 사업구조

전주에 본사를 둔 지방 은행인 전북은행이 짜임새 있는 사업구조를 구축하며 ‘작지만 강한 은행’으로 변모하고 있다. 요 몇 년 새 급증한 자산 증가를 보면 변화의 흐름이 뚜렷이 읽힌다. 이 은행의 최근 3년간 자산증가율은 연평균 24%로 은행권을 통틀어 최고다. 2009년 7조2500억원이던 자산이 작년 말 현재 11조5000억원 수준으로 껑충 뛴 것이다. 김한 행장이 2010년 취임한 이후 나타난 변화다.

급격한 자산 증가에 수반되기 마련인 부실률 증가현상이 없는 점도 돋보인다. 지난 연말 기준 부실채권은 전체 자산의 1.4%(추정치)에 불과하다. 골칫거리였던 웅진그룹 관련 부실은 3~4분기 중 총 240억원의 충당금을 쌓으면서 해소했다. 웅진코웨이가 매각되는 등 웅진그룹의 정상화가 진행되고 있어 충당금중 상당액은 올해 다시 이익으로 환수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배승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충당금 적립을 통해 전북은행이 웅진사태로부터 힐링됐다”고 평가했다.

자산이 급증하자 상대적으로 자본금 부족이 문제로 부상했지만, 작년 12월 890억원어치의 신종자본증권을 성공적으로 발행하며 재무 건전성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2%포인트 오른 15.0%, 핵심적인 자본을 기준으로 엄격하게 산출한 기본자본(Tier 1)비율은 9.2%로 각각 금융감독원과 바젤3 기준을 충족했다.

○서민이 애용하는 소매금융그룹의 꿈

이 같은 경영성과를 바탕으로 전북은행은 ‘질적 성장’으로 키워드를 옮기고 있다. 새로 정립한 목표는 서민과 중소기업들이 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소매전문 금융그룹이다. 실제로 전북은행의 주요 고객은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시중은행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서민층이다. 김 행장은 “시중은행은 신용 1~3등급 우량 고객을 상대하지만, 우리는 3~7등급 중산층과 서민층을 상대한다”며 “이들이 제1금융권을 이탈하지 않고 맘 편히 거래할 수 있는 소매전문 은행으로 키워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부실이 커지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서민이 많은 지역의 특성상 우리 은행만의 경험과 노하우가 풍부하다”며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과 신뢰 구축을 통해 부실률을 줄여나갈 수 있다는 점을 이미 입증했다”고 자신했다.

전북은행은 다른 지역보다 열악한 경제기반과 좁은 시장이라는 불리함을 안고 있다. 최근 2년 새 서울과 대전에 총 13개의 점포를 낸 것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새로 진출한 곳에서의 영업전략도 서민층과 중소기업에 대한 특화다. 시중은행과 거래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보다 좋은 조건으로 거래할 수 있는 기회를 줘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발상이다. 이 전략은 이미 효력을 발휘해 많은 신설점포들이 빠르게 수지를 맞춰가고 있다는 게 전북은행의 설명이다. 이 같은 업그레이드 전략은 ‘JBbank 2.0’이라는 이름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상반기 중 지주회사 체제 출범

전북은행은 소매금융 전문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 지주회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전북은행과 JB우리캐피탈 등 두 개의 자회사를 둔 JB금융지주회사(가칭)를 올 상반기 중 출범시킨다는 목표다. 지주사가 출범하면 사업 다각화를 통해 은행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그룹사의 통합적인 리스크 관리가 가능해지는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역 내 금융서비스 강화에도 지주사 전환은 필수적이라는 게 은행 측 설명이다.

김 행장은 “전북의 핵심사업인 새만금 사업 등 늘어나는 지역의 금융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최고의 소매금융그룹’으로 거듭나려면 지주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지주회사 구축을 통해 현재 15조원 선인 그룹 자산규모를 3년 뒤 20조원 수준으로 늘리면 회사가 꿈꾸는 소매전문 금융회사의 꿈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