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년제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새 정부의 조직개편과 관련, 대학 업무가 기존 교육부(현 교육과학기술부)에 유지돼야 한다는 건의문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18일 제출했다.

교과부의 과학기술 부문이 신설되는 미래창조과학부로 이전하게 되면서 대학 업무도 미래부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과학계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교과부 소속 과학 공무원들은 “연구·개발(R&D)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대학 부문이 과학기술과 함께 이관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과학 공무원들의 속내는 미래부에서 정보통신부문과의 주도권 다툼에서 이기려면 대학을 가져가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교육계의 분석이다. 과학 공무원들은 대교협에도 “과학쪽에 따라오면 풍부한 R&D 예산을 적극적으로 나눠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교협은 이날 건의문에서 “국내 대학의 가장 근본적인 기능은 교육인 만큼 대학 업무가 교육이 아닌 다른 부처로 이관될 경우 90%가 넘는 교육 중심 대학에 대한 관리와 육성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특히 다수의 지역 대학을 지원하는 정책이 축소 또는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의 지역대학 육성 공약과도 배치된다”고 하면서 대학 업무 이전을 반대했다.

대교협은 또 “대학의 연구기능은 정부 출연연구소의 연구기능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며 “교과부의 두뇌한국(BK), 세계적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WCU), 학술연구지원과 같은 연구 지원 사업도 대학의 교육 기능과 연구 기능을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학협력을 지원하는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사업도 취업 관련 교육이 중심이기 때문에 대학의 교육기능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강조했다.

교과부 내 과학부문 공무원들은 대학 교수 개인의 연구를 지원하는 기초과학 부문을 미래부로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교과부 내 한 과학부문 국장은 “대학과 연구원이 같은 기초 연구를 하는데 지원하는 부처가 갈라지면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개인 연구 지원 기능까지 미래부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최대 교원 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이날 대학 업무를 교육부 장관이 관장해야 한다고 인수위에 건의했다. 교총은 “유·초·중·고 교육과 뗄 수 없는 대학 교육도 교육부가 관장해야 제도와 정책 추진에 일관성, 안정성을 기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또 “대학 정책 및 제도와 관련된 업무는 교육부에서 담당하고 대학 재정 지원 업무는 미래부 등으로 이관하면 제도 도입과 비용이 다른 부처에서 검토되는 불합리한 시스템으로 대학 발전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총은 나아가 과학고와 KAIST 등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의 업무도 교육부에서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과학 인재도 다른 인재 양성처럼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일관된 육성 정책이 필요하다”며 “특히 융합이 강조되는 시대인 만큼 과학기술분야에 편중된 교육이 아닌 인문학적 소양과 인성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교육부가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