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 바라는 재정개혁 방향] "공약 무리하게 지키려다간 재정 거덜…속도조절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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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학회 창립 30돌 토론회
최광 "세출 낭비 줄이려면 예산동결이 최선"
강봉균 "정부지출 절감으로 年 14조 확보 어려워"
최광 "세출 낭비 줄이려면 예산동결이 최선"
강봉균 "정부지출 절감으로 年 14조 확보 어려워"
“무리한 공약을 지키려다 재정 건전성이 훼손되면 그리스꼴이 날 수도 있다.”(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세출 낭비를 없애면서 재원을 조달할 최고의 방법은 예산 동결이다.”(최광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
“부자 증세만으로는 복지 재원 확보가 힘들다. (현재 10%인) 부가가치세를 2%포인트 정도 올리는 걸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재정 전문가들은 18일 한국재정학회가 주최한 ‘새 정부에 바라는 재정 개혁 방향’ 토론회에서 다양한 복지 재원 확충 방안을 쏟아냈다. 한결같이 ‘복지를 확대하더라도 재정 건전성을 지키라’는 주문이었다.
○“술, 담배 세금 50% 늘려야”
이날 기조발제에 나선 최 교수는 새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세출 절감 방안으로 ‘예산 동결’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정부가 예산을 동결한 것은 1984년이 유일하다. 최 교수는 “예산 동결은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결단이지만 국민 부담 증대를 통해 추가 재원을 확보하기 전에 세출 낭비와 비능률 해소가 먼저”라며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예산 동결”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예산 증가 규모에 비춰볼 때 예산 동결로 얻을 수 있는 세출 절감 효과만 매년 10조~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충당할 방안으로는 세원 확대, 비과세·감면 축소, 공기업·정부사업 민영화를 꼽았다. 증세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술 담배 휘발유 등에 붙는 개별소비세를 50% 더 걷자는 방안도 내놨다. 이른바 ‘죄악세’를 늘려야 한다는 주문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도입한 종합부동산세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부동산 보유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세금을 물려야 가격 상승이 억제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선 “국민 혈세를 낭비할 뿐 위기 극복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금 위기는 일시적 경기침체가 아니라 구조적 저성장인 만큼 추경을 해봐야 재정건전성만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매년 14조원 세출 삭감 어려워”
강봉균 건전재정포럼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 이행을 위해 세출 구조조정으로 연간 14조원가량을 확보해야 하지만 올해 국회가 삭감한 예산은 2조8000억원에 불과하다”며 “그만큼 세출 절감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비과세·감면도 혜택의 60%가량이 중산층이나 서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줄이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복지 재원 확보를 위해서는 국가 부채를 늘리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는 결국 재정건전성 악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복지 전달체계 개혁으로 5년간 10조원가량을 줄이겠다는 박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서도 “복지 프로그램을 개선하면 전달체계에 돈이 더 들어간다”며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감당하려면 전달체계인 일선 복지 담당 공무원을 늘려야 하는데 여기에 막대한 돈이 든다는 얘기다.
공약을 수정하거나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현 소장은 “박 당선인이 공약을 100% 이행해서는 안된다”며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복지는 괜찮지만 무상보육, 반값 등록금 등은 무리한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최병호 보건사회연구원 원장은 “복지정책 도입에 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정된 재원으로 복지 공약을 모두 이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또 “특정 부문에 재원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 예산이 투입되면 더 이상 예산 증가가 불가능하도록 막는 ‘자동안정화 장치’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세원 확대와 관련해선 ‘사회보장세’ 명목의 부가세 인상을 제안했다.
주용석/김용준/이호기/조미현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