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얼굴)이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대선 공약 수정 등 속도조절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한마디로 현 시점에서는 그런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박 당선인은 17~18일 이틀간 대선 선거운동을 총괄한 새누리당 지역 선대위원장들과의 오찬자리에서 최근 잇따른 공약 수정론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는 게 복수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대선 때 공약한 것을 지금에 와서 된다, 안된다고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그런 것은 새 정부가 출범한 뒤에 할 일”이라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과 심재철 최고위원 등 당 일각과 일부 언론에서 제기한 공약 우선순위 재조정론이나 대형 예산이 수반되는 공약의 속도조절 또는 출구전략론 등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대선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의 이런 의지는 정부 업무보고 청취를 끝낸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국정과제 마련 작업에도 그대로 반영될 전망이다.

박 당선인은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농림축산부’가 ‘농림축산식품부’로 바뀌어야 한다는 여론에 대해서는 “‘농림’이라는 말에 식품까지 모두 포함되는 것”이라며 “대신 식품안전 문제가 중요하므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 격상한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당선인에 이어 인수위 핵심 관계자들도 공약이행 문제에 대해 자신감을 피력했다. 안상훈 인수위 고용복지분과 위원은 이날 대선 복지공약 재원 마련 등의 문제에 대해 “공약을 짤 때 실행할 수 있는 것들로 한 것”이라며 “5년간 다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초연금과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 재원이 부족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예컨대 결혼하면서 ‘집은 내가 살게’라고 이야기하는데 그것이 강남의10억원짜리일 수 있고, 지방의 5000만원짜리일 수도 있다”는 대답으로 대신했다.

그는 “기획재정부는 5년간 그 정도 돈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며 재원 확보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복지 수준을 올리면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고 보면 어느 정도로 할지는 국민대타협 차원에서…”라며 증세는 최후의 수단으로 검토할 수 있음을 피력했다.

안종범 인수위 고용복지분과 위원은 지방공약 105개 재원에 대해 “국고사업으로 갈 수도 있고 매칭 사업으로 갈 수도 있어 지방자치단체와 협의과정이 필요하다”며 “공약할 때 지자체나 지방 의원들과 다 협의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증세 가능성에 대해서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