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한계를 이유로 새누리당 일각에서도 제기하고 있는 ‘대선 공약 수정론’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정면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진영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도 “공약을 지키는 게 신뢰사회”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재정학회 등 전문가들이 현실적으로 대선 공약 이행이 불가능하다며 당선인 측에 유연한 태도를 촉구하고 나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A3면

박 당선인은 17~18일 이틀에 걸쳐 대선 기간 각 지역의 선거운동을 총괄한 새누리당 지역 선대위원장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선거 때 약속하고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느냐. 약속한 것은 지켜야 한다”며 “국민과의 약속을 잘 지켜야 정부에 대한 신뢰가 쌓일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특히 한 참석자가 “반값 등록금을 공약했는데 대학 구조조정이 먼저 이뤄지도록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고 건의하자 “대선 때 실현 가능한 것을 추려 공약으로 제시했다”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18일 한국재정학회가 창립 30주년을 맞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연 ‘새 정부에 바라는 재정개혁 방향’ 토론회에서 대부분 참석자들은 공약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강봉균 건전재정포럼 대표는 “박 당선인의 복지 공약 이행에 향후 5년간 135조원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마련하기가 어렵다”며 “무리하게 대선 복지 공약을 이행할지, 아니면 이행 속도나 우선순위를 조정할지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3~2004년 초대 국회 예산정책처장을 지낸 최광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도 “국가 예산이 방대하고 민간 부문에 원칙 없이 개입하는 ‘큰 나라’는 언제나 난관에 봉착한다”며 무리한 복지 확대의 부작용을 경고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