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의 최호범 조립2라인 공장(48)은 요즘 회사에 대한 기대에 들떠 있다. ‘좌초 직전까지 갔던 회사’가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판매실적 저조로 2007년부터 잔업과 특근 없이 일했으나 최근 작업량이 늘어 지난 15일부터 다시 잔업을 하고 있다. 이번달에만 7번의 잔업이 예정돼 있다. 바로 옆 3라인은 현행 1교대를 2교대로 바꾸기 위해 노사 협의 중이다. 협의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오는 4월 중순께 2교대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 공장은 “회사가 한창 어려울 때는 아들 과외도 줄이고 대학에 가자마자 군대에 보냈는데 앞으로는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며 “잔업을 한다니까 아내도 깜짝 놀라며 좋아했다”고 말했다.

쌍용차가 2009년 법정관리 이후 이번주부터 첫 풀가동에 들어갔다. 지난해 가동률이 89%로 오른 1라인, 122%가 된 3라인과 달리 2라인은 37%에 불과했고 잔업·특근도 없었다. 그러나 최근 2라인에서 다목적 레저차량 ‘코란도 투리스모’ 생산을 시작하면서 잔업을 시작했다. 모든 라인에 잔업이 필요한 물량이 확보된 것이다. 17일에는 평택공장에서 ‘쌍용자동차 정상화추진위원회’도 발족했다. 쌍용차 노사뿐만 아니라 강명원 평택시민단체협의회장, 이 지역의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 등도 참석해 회사 정상화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18일 찾은 평택공장에서는 모든 근로자가 회사의 회생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같은 2라인에서 일하는 지남수 기술선임도 조심스럽게 기대를 내비쳤다. 지 선임은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이후 월급이 120만원으로 줄어 아내와 함께 대리운전을 해왔다. 그는 “이번달에만 잔업수당 20여만원이 생기는데 어려운 살림에 단비 같은 돈”이라며 “곧 출시할 예정인 신차가 시장에서 호응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장 근로자들은 극단적 상황으로 치달았던 2009년 파업 위기를 겪으면서 ‘회사가 잘되는 게 내가 사는 길’임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민광춘 1라인 직장은 “위기 전에는 조금이라도 일을 덜하려는 분위기였다. 일하면서 바둑을 두거나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며 “지금은 누가 안 시켜도 청소도 곧잘 하고 공장 안에서는 일절 담배도 피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같은 라인에서 일하는 조대일 기술선임도 “경영위기 이후 회사의 주인은 직원 모두라는 공감대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근로자들이 주인의식을 갖자 불량률도 크게 줄었다. 완성된 차가 결함 없이 출고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직행률’이 법정관리 전에는 0%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85% 정도 된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김규한 쌍용차노조 위원장은 “경영자나 노조 집행부가 잘해서가 아니라 조합원 모두가 노력한 결과”라며 “흔들림 없이 지금의 자세로 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택=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