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 16.5배"…한국증시 저평가 아니다?
한국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세계 주요국 평균보다 높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국내 증시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어 주가 상승을 기대할 만하다는 주장은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일 발간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사라졌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제공한 주요 48개국의 PER 분석 자료에 따르면 한국 증시 PER은 16.5배였다. 미국 일본(15.6배) 영국(12.6배) 등 선진국뿐 아니라 브라질(14.4배) 중국(8.2배) 등 신흥국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는 작년 12월28일 주가를 2011년 주당순이익으로 나눠서 계산한 것이다. 이 연구위원은 “PER을 계산할 때 적자를 낸 기업은 제외했기 때문에 한국거래소가 제공하는 수치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가는 경제성장률과 비례한다. 경제성장률이 높을수록 주가 상승폭도 커진다. 보고서는 한국의 명목 경제성장률 대비 PER 비율의 연도별 변화를 따져본 결과 최근 3년간(2010~2012년) 2.4배로 1990년대(1.1배)에 비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성장 속도보다 주가가 더 빠르게 올랐다는 얘기다.

과거 10년간(2003~2012년)으로 시점을 확대하면 한국 주가는 명목 경제성장률에 비해 2.1배 상승했다. 분석 대상 국가 중 9번째로 높은 값이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증시가 주요국 증시에 비해 저평가된 ‘코리아 디스카운트’ 현상은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외환보유액 확충 △양호한 재정건전성 △국가신용등급 상승 등이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그러나 이런 분석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주가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미래 실적에 대한 기대를 토대로 형성되는 것”이라며 “12개월 예상 순이익을 기준으로 한 PER은 약 8.5배로 과거 고점(10~11배)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