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은행들은 영업부보다 경영전략부가 더 바쁘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공약에 맞춰 중소기업 지원방안을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공헌팀은 제한된 예산으로 어떤 활동을 해야 은행 이미지를 끌어올릴지 고민이 적지 않다.

게다가 새해 들어 금융감독당국의 ‘독려’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국민·신한·우리 등 주요 시중은행과 은행연합회의 사회공헌 담당 부서장들을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친서민 또는 중소기업 지원과 관련해 올해 어떤 사업을 추진할지 고민해보라”고 요구했다. 사회공헌 활동 실적을 꼼꼼히 챙겨보겠다는 으름장도 놓았다. 은행 공동으로 무슨 사업을 더 해야 할지 서둘러 찾으라는 ‘숙제’를 안긴 것이다.

은행권은 지난해 미소금융 활동과 신용회복위원회 지원 등 외에도 청년창업재단, 대학생 고금리 전환대출사업, 구립 어린이집 건립 등에 자금을 쏟아부었다.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등을 통한 서민층 금융지원을 제외하고도 은행권이 지난해 사회공헌 활동에 투입한 금액은 총 7000억원이 넘는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감독당국까지 나서 사회공헌을 더하라고 요구하자 은행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자체적인 사회공헌 예산을 줄이고 은행권 공동으로 돈을 모아 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공헌 부서 외에도 연초 들어 감독당국의 호출을 받는 부서가 적지 않다. 지난 18일에는 금융위가 시중은행 수석부행장들을 불러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에도 대출해줄 것을 요구했다. 경기 상황이 어려운 만큼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중소기업들에 대한 자금 회수를 자제할 것을 당부한 것이다. 하지만 시중은행 지점장들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만기 연장은 어렵다”는 반응이다. 1, 2년 지나 대출이 부실해지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는 푸념이다.

은행들이 스스로의 판단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는 건 바람직하다. 하지만 감독당국이 팔 비틀어 하는 억지 사회공헌 활동은 지속가능하지 않고, 효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은행들은 수익을 더 많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정부는 세금을 더 걷어 재정으로 약자들을 돕는 게 공공의 이익에 더 부합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장창민 금융부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