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양적완화 재앙' 에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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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파동 때와 같은 위기 조짐
미·일 양적완화…글로벌 시한폭탄
환율 급변 막고, 기업실력 키워야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객원논설위원 jwan@khu.ac.kr >
미·일 양적완화…글로벌 시한폭탄
환율 급변 막고, 기업실력 키워야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객원논설위원 jwan@khu.ac.kr >
역사는 반복되는가?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과 같은 경제위기 조짐이 엿보인다. 1973~1974년과 1979~1980년의 스태그플레이션은 대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감산조치로 인한 유가 상승으로 비롯됐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원인을 찾아가 보면 글로벌 유동성 증가와 맞닥뜨린다. 당시의 유가 상승 역시 글로벌 유동성 증가의 결과이고, OPEC의 감산조치는 다만 유가 상승을 가중시켰던 것이다.
세계은행(World Bank)이 제공하는 미국의 통화증가율 데이터를 보면 1970~1980년 통화량은 매년 10.99%씩 증가했다. 제1차 스태그플레이션 직전인 1970~1973년의 통화증가율은 연평균 12.23%에 이르렀고, 1974년에 7.85%로 낮아졌다가 1975년부터 다시 증가해 1975~1980년에 연평균 10.70%를 기록했다.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확대정책의 결과다. 미 달러화 급증으로 달러가치가 하락하자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외국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를 경쟁적으로 풀어댔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급증했고, 그것이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을 폭등시켰다.
통화를 팽창시키면 일시적으로 경제가 ‘붐(boom·호황)’을 이룬다. 그런 붐은 충분한 자원이 확보된 상태에서 일어난 것이 아닌 인위적인 것이어서 반드시 ‘버스트(bust·거품 붕괴)’가 오면서 불황에 빠진다. 1990년대 후반 미국의 닷컴 버블과 버스트, 그에 따른 불황 역시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팽창정책에 기인한다. 2008년 금융위기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유동성을 폭증시킨 결과로 거품이 형성됐다가 꺼지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이런 불황을 해결하는 방법은 인위적인 호황 기간에 일어난 잘못된 투자가 청산되도록 인내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그 과정에는 많은 고통이 뒤따른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고통을 감내하는 대신 저금리 정책과 정부지출 증가를 통해 경기를 끌어올리려고 했다. 문제의 원인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풀린 돈이 전 세계적으로 수십조달러나 된다.
엄청나게 많은 돈이 풀렸지만 세계 경제는 여전히 침체 상태다. 여러 재화의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와 금값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게 올랐다. 국제유가(서부텍사스원유·WTI)는 2008년 배럴당 44.6달러에서 2011년 최고 98.83달러까지 올랐다가 2012년 말 현재 92.38달러로 2008년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금값도 2011년 온스당 1900달러까지 올랐고, 2012년 말 현재 1692.4달러로 2008년 이후 100% 정도 상승했다.
불황은 과다한 유동성의 결과이며 돈을 풀어서는 이로부터 탈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미국과 일본은 더욱 돈을 풀어대고 있다. 미국은 4차 양적완화정책을 펴고 있고, 일본도 “윤전기를 돌려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미·일본의 이런 양적완화조치로 인해 글로벌 유동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197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다른 국가들이 달러와 엔화에 대한 자국 화폐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자국 통화를 경쟁적으로 풀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각국의 통화팽창에 따른 붐-버스트 사이클이 반복될 것 같다. 이번 버스트는 더 많은 돈을 풀었기 때문에 더 클 수 있다. 미·일의 무제한적인 통화팽창으로 국제금융제도가 붕괴될 수도 있다.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상실할 수도 있다.
잘못된 역사의 반복은 잘못된 제도와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된다. 세계 경제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미·일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무분별한 통화팽창을 자제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금융질서와 세계 경제의 안정을 위해 주요국 대표들이 모여 안정적인 화폐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로선 미·일의 양적완화에 무조건적으로 동조해서는 안 되고, 급격한 환율변동과 국제금융시장의 혼란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외환보유를 다변화해 달러만이 아닌 금이나 은의 보유를 늘릴 필요가 있다. 이런 혼란을 헤쳐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다. 우리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업하기에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객원논설위원 jwan@khu.ac.kr >
세계은행(World Bank)이 제공하는 미국의 통화증가율 데이터를 보면 1970~1980년 통화량은 매년 10.99%씩 증가했다. 제1차 스태그플레이션 직전인 1970~1973년의 통화증가율은 연평균 12.23%에 이르렀고, 1974년에 7.85%로 낮아졌다가 1975년부터 다시 증가해 1975~1980년에 연평균 10.70%를 기록했다.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을 위한 통화확대정책의 결과다. 미 달러화 급증으로 달러가치가 하락하자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외국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를 경쟁적으로 풀어댔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급증했고, 그것이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을 폭등시켰다.
통화를 팽창시키면 일시적으로 경제가 ‘붐(boom·호황)’을 이룬다. 그런 붐은 충분한 자원이 확보된 상태에서 일어난 것이 아닌 인위적인 것이어서 반드시 ‘버스트(bust·거품 붕괴)’가 오면서 불황에 빠진다. 1990년대 후반 미국의 닷컴 버블과 버스트, 그에 따른 불황 역시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팽창정책에 기인한다. 2008년 금융위기와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유동성을 폭증시킨 결과로 거품이 형성됐다가 꺼지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이런 불황을 해결하는 방법은 인위적인 호황 기간에 일어난 잘못된 투자가 청산되도록 인내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그 과정에는 많은 고통이 뒤따른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미국을 비롯한 각국이 고통을 감내하는 대신 저금리 정책과 정부지출 증가를 통해 경기를 끌어올리려고 했다. 문제의 원인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풀린 돈이 전 세계적으로 수십조달러나 된다.
엄청나게 많은 돈이 풀렸지만 세계 경제는 여전히 침체 상태다. 여러 재화의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특히 국제유가와 금값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크게 올랐다. 국제유가(서부텍사스원유·WTI)는 2008년 배럴당 44.6달러에서 2011년 최고 98.83달러까지 올랐다가 2012년 말 현재 92.38달러로 2008년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금값도 2011년 온스당 1900달러까지 올랐고, 2012년 말 현재 1692.4달러로 2008년 이후 100% 정도 상승했다.
불황은 과다한 유동성의 결과이며 돈을 풀어서는 이로부터 탈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미국과 일본은 더욱 돈을 풀어대고 있다. 미국은 4차 양적완화정책을 펴고 있고, 일본도 “윤전기를 돌려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미·일본의 이런 양적완화조치로 인해 글로벌 유동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197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다른 국가들이 달러와 엔화에 대한 자국 화폐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자국 통화를 경쟁적으로 풀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각국의 통화팽창에 따른 붐-버스트 사이클이 반복될 것 같다. 이번 버스트는 더 많은 돈을 풀었기 때문에 더 클 수 있다. 미·일의 무제한적인 통화팽창으로 국제금융제도가 붕괴될 수도 있다.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상실할 수도 있다.
잘못된 역사의 반복은 잘못된 제도와 잘못된 판단에서 비롯된다. 세계 경제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미·일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무분별한 통화팽창을 자제해야 한다. 그리고 국제금융질서와 세계 경제의 안정을 위해 주요국 대표들이 모여 안정적인 화폐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로선 미·일의 양적완화에 무조건적으로 동조해서는 안 되고, 급격한 환율변동과 국제금융시장의 혼란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외환보유를 다변화해 달러만이 아닌 금이나 은의 보유를 늘릴 필요가 있다. 이런 혼란을 헤쳐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다. 우리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기업하기에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안재욱 < 경희대 교수·경제학 객원논설위원 jwan@khu.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