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현대차 등 한국기업에 취직하려면 한국어능력시험(TOPIK) 5급은 기본이라고 합니다. 올해 안에 고급(5~6급) 코스를 통과해야죠.”

20일 오후 1시 서울 상도동 숭실대 조만식기념관에서 한국어능력평가 고급과정 시험을 보고 나온 중국인 유학생 취지 씨(31)는 “한국에서 일자리를 얻으려면 TOPIK 고급 자격증이 있어야 서류전형에 통과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TOPIK 4급인 그는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2007년 한국에 와 숭실대에서 무역학 석사 과정을 밟고 지난 학기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이날 서울 부산 제주 등 전국 18개 시험장에서 제29회 TOPIK이 일제히 치러졌다. 외국인의 한국어 능력을 측정하는 TOPIK 누적 응시자가 이날 100만명을 돌파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국립국제교육원은 29회 TOPIK에 1만8702명이 응시해 1997년 첫 시행 이후 총 지원자가 101만5013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날 시험 지원자의 응시 목적은 유학이 44.9%(8400명)로 가장 많았다. 한국어 실력 확인 25.0%(4669명), 취업 13.5%(2534명), 한국문화 이해 등 기타 16.6%(3099명) 순이었다.

교과부는 “한류 확산과 국내 유학생 증가,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 계속되고 국내외에서 외국인과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육이 활발해져 지원자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TOPIK은 한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인과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문법·쓰기·읽기·듣기 시험이다. 수준은 초급(1·2급 취득 가능), 중급(3·4급), 고급(5·6급)으로 나뉜다.

TOPIK은 외국인이 한국 대학에 진학할 때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정부 초청 외국인 유학생(국비 장학생)이 되려면 3급 이상을 받아야 하며 정부는 대학이 일반 유학생을 받을 때도 3급 이상을 받도록 장려하고 있다. 3급 미만 학생 비율이 높은 대학은 비자 발급이 제한되는 반면 4급 취득을 졸업 요건으로 하는 대학은 외국인 학생 유치 우수 대학으로 지정돼 재정 지원을 받기도 한다.

취업에도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숭실대에서 만난 중국 교포 오성길 씨는 “중국과 한국의 무역 관련 업체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은 보통 최고급인 6급 자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의사가 국내 면허를 받으려면 5급 이상, 외국인이 한국어 교원이 되려면 6급을 받아야 한다.

동아시아 전문 외교관이 꿈이라는 미카엘 두트코 씨(숭실대 중어중문학과·슬로바키아)는 “많은 유학생이 한국에서 일단 취업해 경험을 쌓은 후 고국에 돌아가 한국 전문가로 활동하고 싶어한다”며 “한국 기업에 입사 원서라도 내려면 TOPIK 5급은 돼야 한다”고 전했다.

TOPIK 응시자 수는 시행 첫해인 1997년 2692명에서 10년 만인 2006년 3만4028명, 작년에는 첫해의 56배인 15만1166명까지 늘어났다. 국내와 해외에서 연중 4회 치러지며 1·3회는 국내에서, 2·4회는 국내와 외국에서 함께 실시된다. 외국에선 세종학당, 한국어교육원, 한국어학과가 설치된 대학교 등을 활용해 시행된다. 실시 국가는 1997년 4개(15지역)에서 작년 52개(171지역)까지 늘어났고 올해는 뉴질랜드, 프랑스 등 62개(192지역)로 확대된다.

한류 확산과 한국 기업의 선전은 TOPIK 응시자 수 증가와 함께 한국에서 공부하는 외국 유학생 수의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 수도 2006년 3만2557명에서 2009년 7만5850명, 작년 8만6878명 등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 관련 학과를 설치한 해외 대학 수도 1992년 32개국 152개에서 지난해 82개국 810개로 늘어났다.

강현우/박상익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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