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게이(42·미국)의 드라이버샷 거리는 미국 PGA투어에서 가장 짧다. 2007년부터 코리 페이빈(미국)과 맨 뒤에서 ‘짤순이’ 경쟁을 벌이다 페이빈이 은퇴한 2010년부터 최단타자가 됐다. 2010년 미국 대회에 다녀온 김경태가 “나도 거리가 짧은데 나보다 20~30야드 떨어진 게이의 티샷을 보고 PGA에 가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코스에서 가장 만만해 보이는 게이는 21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의 PGA웨스트 파머코스(파72·6930야드)에서 열린 휴매너챌린지 마지막날 9언더파 63타를 쳐 최종 합계 25언더파 263타로 찰스 하웰 3세(미국), 다비드 링메르트(스웨덴)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전에서 승리하며 투어 4승째를 따냈다. 우승 상금은 100만8000달러.

18번홀(파5·543야드)에서 치러진 연장 첫 번째 홀에서 링메르트가 두 번째 샷을 물에 빠뜨리며 먼저 탈락했고 게이와 하웰 3세는 나란히 버디를 잡았다. 연장 두 번째 홀인 10번홀(파4)에서 하웰 3세의 티샷은 페어웨이 오른쪽 벙커를 간신히 넘어 러프에 섰다. 짧지만 정교한 게이의 티샷은 페어웨이에 안착했다. 하웰 3세는 두 번째 샷이 그린 왼쪽 벙커에 빠진 뒤 벙커샷마저 홀에서 3m나 멀어지면서 보기에 그쳤다. 게이는 145야드 지점에서 두 번째 샷을 홀 1.5m 지점에 떨군 뒤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을 결정지었다.

게이는 1999년 투어 데뷔 때부터 드라이빙 부문에서 하위권을 맴돌았다. 280야드를 넘겨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대신 정확도와 쇼트게임으로 2008년 마야코바클래식에서 첫승을 올렸고 장타 랭킹 꼴찌를 기록한 2009년에는 버라이즌 헤리티지와 세인트주드클래식에서 2승을 거두며 상금랭킹 13위에 오르는 맹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코스가 길어지고 나이가 들면서 거리가 더욱 줄어들자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게이는 “투어가 파워게임 양상을 보이면서 나는 마치 수갑을 차고 치는 기분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1년 전 선수 출신의 그랜트 웨이트와 조 마요 코치를 찾아가 거리를 늘려달라고 부탁했다. 마흔이 넘은 게이는 스윙 스피드를 빠르게 할 수 없어 스윙 교정으로 해법을 찾았다. 지난해 10야드가량 거리는 늘었으나 적응이 안 돼 애를 먹었다. 지난해 말부터 스윙이 안정된 그는 처음으로 평균 드라이버샷 거리 286.1야드를 기록 중이다. 그는 “웨이트와 마요를 만나 10~15야드 거리가 늘어났다. 두 번째 인생을 사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합계 25언더파로 공동 선두를 달리던 하웰 3세는 18번홀에서 ‘2온’에 성공한 뒤 25m 지점에서 친 이글 퍼트가 홀 1m 옆에 멈췄다. 그러나 버디 퍼트가 홀 왼쪽으로 흐르면서 2007년 노던트러스트오픈 이후 6년 만에 찾아온 우승 기회를 날려버렸다.

투어 사상 39년 만에 무보기 우승을 노렸던 스콧 스털링스(미국) 역시 공동 선두로 마지막 홀에 도착했으나 두 번째 샷이 그린 왼쪽을 맞고 해저드로 들어간 뒤 4.5m 파세이브 퍼팅마저 실패하며 재미교포 제임스 한과 공동 4위에 만족해야 했다.

제임스 한은 이날 보기 없이 이글 2개, 버디 6개를 쓸어담아 10언더파 62타로 생애 첫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서울에서 태어난 제임스 한은 2003년 UC버클리를 졸업한 뒤 PGA무대에 서기 전까지 광고회사, 부동산 중개, 구두 판매 등을 하면서 골프를 계속했다. 작년 웹닷컴투어에서 1승을 올리면서 상금랭킹 5위 자격으로 올해 투어 카드를 획득했다.

재미교포 리처드 리(25)는 15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기록했으나 17번홀(파3)에서 더블보기로 이를 상쇄해버렸다. 그는 6언더파를 쳐 합계 21언더파로 공동 10위에 올랐다. 전날 공동 7위까지 올랐던 배상문(캘러웨이)은 2타를 줄이는 데 그쳐 합계 18언더파 공동 27위에 머물렀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