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21일 오후 4시29분

웅진그룹이 윤석금 회장(사진) 일가의 사재를 출연하는 타협안을 채권단에 제시했다. 채권단이 지난 18일 웅진그룹에 웅진씽크빅 매각과 사채 출연 중 하나를 택하라고 요구한 데 대해 웅진씽크빅을 지킴으로써 지주회사 체제를 유지하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윤 회장 일가의 사재를 출연하는 대신 웅진씽크빅과 북센 등 두 개 계열사를 거느린 웅진홀딩스 지주회사 체제를 유지한다’는 답변을 이날 채권단에 제시했다. 한 관계자는 “웅진씽크빅을 매각하면 사실상 웅진그룹이 해체된다”며 “사재를 출연해 지주회사 체제를 유지하면서 채권단과의 협상에 물꼬를 트기 위한 포석”이라고 말했다.

윤 회장 일가의 사재 출연 방식과 규모는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웅진케미칼 지분 400억원, 웅진식품 지분 100억원 등 총 500억원 규모의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회장의 두 아들이 보유한 주식도 사재 출연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웅진그룹은 윤 회장 아들의 주식을 출연하는 데 대해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해 왔다.

웅진그룹이 채권단의 제안에 응함에 따라 사전정리계획안을 제출 시한인 오는 28일에 맞춰 낼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사전계획안은 채권단이 채무자(웅진그룹)의 동의를 얻어 미리 만든 회사정리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하는 것을 말한다.

‘입장 제시-계획안 제출 및 토의-표결’ 등 세 차례 열리는 관계인집회를 한 차례로 줄일 수 있어 6개월가량 걸리던 패스트트랙 방식보다 시간을 훨씬 단축할 수 있다. 그러나 웅진그룹의 사재 출연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만큼 채권단이 제안에 최종적으로 응할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긍정적인 편이다. 법원 관계자는 “채권자와 채무자가 모두 막대한 손해를 보는 최악의 경우를 막기 위해 차선의 선택을 모색하는 것이 법정관리”라며 “사전계획안 제출 이전에 양측이 조금씩 양보해 합의가 잘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주회사 관리인인 신광수 웅진홀딩스 대표는 이날 채권단에 “윤 회장이 보유한 웅진케미칼 보통주와 웅진식품 보통주를 빚을 변제하는 데 활용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사재를 출연하면 초기 변제율이 높아지고 씽크빅도 유지할 수 있게 된다”며 “구체적인 출연 규모와 방법 등은 28일까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효/김병근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