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 A8L W12 6.3 FSI 콰트로, 착붙는 접지력…명불허전…치고 나가는 맛은 글쎄…
○안락함에 스포티함마저…벤츠 S500
이번에 비교 시승한 벤츠와 아우디 두 차종의 배기량과 가격은 차이가 크다. 벤츠에도 6.0ℓ 엔진을 얹은 2억6000만원짜리 ‘S600 롱(long)’ 모델이 있다. 아우디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A8L W12 6.3 FSI 콰트로보다 비싸다. 하지만 벤츠 S600은 후륜구동이다.
일단 모델명 해석부터 할 필요가 있다. ‘벤츠 S500 4매틱 롱 데지뇨 에디션’에서 4매틱(matic)이 4륜구동이라는 뜻이다. 롱은 롱휠베이스라는 얘기고 데지뇨(designo) 에디션은 벤츠의 최고급 인테리어 라인을 뜻하는 말이다. 실내를 보면 시트와 바닥의 매트 곳곳에 데지뇨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꼭 데지뇨 때문이 아니더라도 실내는 최고급 그 자체다. 뒷자리는 광활하다. 누워도 될 정도다. 승차감은 벤츠 특유의 안락함이 돋보였다. BMW나 아우디가 따라할 수 없는 벤츠만의 강점이다. 2억원에 육박하는 벤츠가 승차감, 정숙성이 좋은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S500의 최대 장점은 스포티한 주행성능에 있다. 반전이었다. 2.2짜리 거구가 최고 출력 435마력짜리 심장을 달고 우사인 볼트처럼 튀어 나갔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에 도달하는 시간이 5초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하체도 단단하고 핸들링이 날카로운 게 인상적이었다. 차체가 5.2m로 길지만 회전반경이 작았다.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이 접지력을 강화시켜줘 겨울철 얼어붙은 도로에서도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었다. 마른 도로에서는 멋진 코너링을 보여줬다. 웬만한 스포츠카 뺨치는 성능에 승차감, 안락함까지 갖췄으니 1억8980만원이라는 값어치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품격이 벤츠 못지않은 아우디 A8
아우디도 만만치 않다. 이름부터가 해독하기 까다롭다. ‘아우디 A8L W12 6.3 FSI 콰트로’. A8의 롱휠베이스 버전이며 12기통 6.3ℓ짜리 가솔린 직분사 엔진을 탑재한 4륜 구동 모델이라는 뜻이다. 아우디의 플래그십 세단인 A8 중에서도 가장 위에 있다.
아우디는 이 차에 할 수 있는 기술과 화려함은 모두 쏟아부은 듯했다. 차체는 철보다 무게가 40% 가벼운 알루미늄을 적용했다. 12기통 엔진은 500마력의 괴력을 뿜어낸다. 차량의 측면과 후면 등 세 군데에 최상위 플래그십 모델임을 나타내는 ‘W12’ 배지가 부착돼 있는 게 같은 A8 중에서도 이 차가 돋보이는 이유다. 아우디 특유의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디자인과 꼼꼼한 가죽 마감으로 구성된 인테리어는 감성품질의 만족도를 최상으로 높여준다. 최고급 오디오 브랜드인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은 19개의 스피커로 구성됐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탓일까. 주행성능이나 승차감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승차감은 여느 세단보다 좋았지만 벤츠의 그것과 차별화하거나 따라잡지 못했다. 서스펜션이 어느 정도 딱딱하면서 안락함을 추구하기엔 부족한 면이 있었다. 핸들링은 민첩했지만 500마력의 강력한 힘을 온전히 느끼기엔 차가 더디게 나가는 느낌이었다. 이는 벤츠와 비교해서다. 토크의 차이로 짐작된다. A8의 토크는 63.8㎏·m로 벤츠보다 8㎏·m가량 낮다. 출력은 65마력 높지만 토크는 낮은 셈이다. 물론 다른 세단에 비하면 매우 잘 나간다. 4륜 구동 시스템인 콰트로 특유의 접지력은 명불허전이었다. 가격은 2억4880만원. 편의사양이나 엔진 크기 등 다양한 부문에서 우위를 보이지만 가격 대비 만족도에선 S500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