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타임즈의 확대경] 자동차, 인터넷 쇼핑몰 시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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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IT 접목 새 비즈니스…자동차가 통신 단말기로…美 포드, 車 IT화 적극적
아카마이(Akamai)의 브라이언 애플리 자동차 부문 수석전략 담당을 만난 것은 최근의 일이다. IT(정보기술) 솔루션 회사에서 자동차 전문가로 일을 한다니 업무가 궁금했다. 그가 하는 일은 자동차와 IT를 접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애플리 수석이 전해준 소식은 흥미로웠다. 그에 따르면 자동차와 IT의 최초 융합은 CD다. 자동차 매뉴얼을 CD로 옮긴 게 20년 전의 일이다. 이후 노트북이 자동차와 연결되는 통신 디바이스 역할을 했고, 지금은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유일하게 남아 있는 새로운 통신 디바이스는 자동차다. 안전문제 등으로 활성화되지 못했지만 자동차가 새로운 통신 단말기로 떠오르는 데는 3년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통신수단이 되면 자동차회사도 새로운 수익창출 경로를 열수 있게 된다. 자동차회사가 직접 자동차 안에서 인터넷으로 쇼핑몰 사업을 할 수 있다. 대형 오프라인 할인점과 연계해 제품을 판매하고, 유통 수수료를 거둬갈 수도 있다. 자동차 회사가 생활용품 제조사와 직접 연결해 판매에 나설 수도 있다. 애플리는 이런 비즈니스를 ‘버킷 시트 커머스(bucket seat commerce)’라고 부른다. 스마트폰 또는 노트북 등과 연계된 소셜 커머스와는 약간 다른 개념이다.
버킷 시트 커머스가 활발해지면 자동차 가격 인상을 억제하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자동차회사의 수익원이 다양화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자동차회사는 신차 판매와 서비스로 이익을 얻는다. 그러나 새로운 수익원이 만들어지면 차 값은 물론 서비스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물론 기업의 이윤추구 목적을 감안하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치열한 가격 경쟁이 지속되는 한 새로운 수익원 창출은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은 대단히 유리한 나라다. IT 분야의 발전 속도가 그 어느 곳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킷 시트 커머스 시대가 오려면 자동차회사가 통신사에 길을 열어줘야 한다. 르노삼성자동차가 SK텔레콤과 연계해 와이파이 서비스를 제공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기계로서의 자동차가 아직은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현재 추세라면 자동차회사가 통신망을 열어주는 게 시간문제일 뿐 제약은 별로 없어 보인다.
자동차의 IT화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미국 포드자동차다. 음성인식은 물론 무선을 통한 디바이스 체제 구축에도 열심이다. 기계적인 부분도 IT로 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머스탱의 경우 운전자가 직접 출력을 조절할 수도 있다. 기계와 IT를 결합시킨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차량용 반도체 회사인 현대오트론을 설립했다. 자동차의 전자화 시대를 대비하려는 포석이다. 현대차 외에 굵직한 자동차 회사의 전장회사 인수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기계에서 IT 기기로 변하는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통한 커머스 시대, 융합을 더욱 촉진시키는 촉매 역할은 분명한 것 같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기자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