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인천공항 면세점 신규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가 났다. 기존 사업자인 한국관광공사의 계약기간이 내달로 만료되고,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정책에 따라 민간사업자에게 공항 내 면세특허 사업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인천공항 면세점 민영화는 작년 말 공기업 간 다툼으로 비화되기도 했고, 12월 1차 입찰은 유찰되는 등 우여곡절이 많은 사안이다.

이번 입찰조건을 보면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판매품목 제한이나 계약기간 등의 조건들을 보완, 중소·중견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더 열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보인다. 민영화에 대한 반발 여론에도 불구하고 이것만은 관철시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엿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과 같은 관점에서 인천공항 면세점 민영화는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첫째, 면세점의 공공적 측면이다. 면세점은 국가가 세금 징수를 포기한 사업이다. 따라서 그 수익 일부는 공공 목적을 위해 재투자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작년 관세청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2011년 총 4조4007억원의 매출을 올린 민간 면세점들은 국가에 납부한 특허수수료가 1200만원에 그쳤다. 이런 문제에 대한 개선책은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인천공항 면세점 민영화를 먼저 추진하는 것은 정책 우선순위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다.

민간 면세점이 인천공항 면세장의 90%를 점유하고, 국내 면세시장의 80%를 점유하는 상태에선 공공 목적은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국회에서도 지난해 관광공사의 인천공항 면세점 존치를 촉구하고, 민간면세점 수익 일부를 공적자금으로 거두자고 의결한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중소기업이 면세점 사업에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 입찰에서 중소·중견기업이 운영 가능하도록 취급품목 제한 해제 등 각종 조건을 완화했다고는 하지만 면세점 운영 노하우가 없는 중소기업이나 관련단체가 단기간에 세계 수준의 서비스를 유지하고, 경쟁이 치열한 국내 면세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2001년 인천공항에 입점했던 모 중견 면세점이 3년간 약 2000억원의 적자를 안은 채 대형 면세점에 합병된 사례도 있다.

국산품은 외국 명품보다도 면세혜택이 적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공항에서는 수수료까지 붙어 시내 백화점보다 더 비싸다. 그런데도 국산품을 50%까지 취급해야 하는 정책적인 목적까지 맡으면서, 공항 내 유동인구가 현저히 차이가 나는 악조건에서 매출액에 따라 추가로 임대료를 내야 하는 최소보장액 제도를 중소기업이 감당해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한국관광공사의 면세점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주요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중소기업은 면세점이라는 출구(outlet)를 통해 글로벌 시장으로 진입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중소기업에서 생산하는 국산품을 외국관광객에게 소개하고 판매할 뿐만 아니라, 출국 시점까지 한국문화를 알리는 선봉 역할도 하고 있다. 담배, 양주, 화장품, 향수 등 인기품목은 취급하지 못하는 관광공사 면세점이 국산품 매출 비중을 40%대까지 유지하고, 품질이 우수한 국산품을 판매하는 전용매장을 인천공항에 연 건 공적인 정책 달성을 우선으로 하는 공사이기에 가능했다. 민간 면세점과는 그 기능이 다르다는 것이다. 면세점 운영주체를 중소기업으로 교체함으로써 질 좋은 다양한 국산품 판로가 위축되는 역설이 생긴다면 이건 방향이 틀렸다고 할 수 있다.

민영화 정책도 국민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결정돼야 한다. 면세점을 통해 국산품의 우수성을 알리고, 그 속에서 한국문화를 느끼게 만드는 것도 관광진흥의 중요한 수단 중 하나다. 면세점 민영화가 이뤄지더라도 한국 관광산업의 발전과 우수 국산품 홍보라는 공적인 측면이 먼저 고려 대상에 포함돼야 할 것이다.

오익근 < 한국관광학회장·계명대 교수 ickoh@kmu.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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