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제 스스로 ‘핵 억지력(핵무기 보유를 통해 다른 국가가 자국을 공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무력 도발보다는 경제 발전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최근 에릭 슈밋 구글 회장과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주 주지사의 방북을 주선했던 토니 남궁 씨(사진)는 22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최근 2년간 평양이 크게 변했다”고 말했다.

남궁씨는 리처드슨 전 주지사의 북한 관련 고문을 맡고 있으며, 미국 민주당 내 대표적인 북한통으로 꼽힌다. 일제 때 개신교 원로인 남궁혁 전 평양신학교장의 손자로 미국 버클리대에서 박사학위(역사학)를 받았다. 이 대학 동아시아연구소 부소장으로 재직하며 1980년대부터 북한과 지속적으로 접촉해왔다. 미국 주요 인사들의 방북을 주선하는 등 북한 인맥이 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번 방북은 슈밋 회장의 아이디어였다”고 말했다. 수개월 전 슈밋 회장이 ‘인터넷으로 세상을 바꾼다’는 구글의 기조를 구현할 수 있는 곳으로 북한을 주목했고, 북한과의 접촉을 갖고 있는 사람을 수소문해 리처드슨 전 주지사와 연락이 닿았다는 것이다. 북한은 슈밋 회장 일행의 방북 제안을 전달한 지 36시간 만에 “좋다”고 답을 알려왔다. 그는 “빌 클린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 때보다 훨씬 빨리 답해온 것”이라며 “북측은 슈밋 회장이 어떤 사람인지 등 추가질문도 없이 바로 수락했다”고 말했다.

남궁씨의 방북은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이번이 네 번째다. 그는 “매번 평양을 방문할 때마다 큰 변화를 목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남궁씨는 “짧지만 교통 체증을 경험했고 시내 몇 군데에는 주유소가 생겼을 정도로 평양 시내에 교통량이 늘어났다. 하이힐을 신은 세련된 옷차림의 여성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고 했다.

인터넷 환경도 변했다고 전했다. 슈밋 회장 일행은 평양에서 김일성종합대학과 도서관인 인민대학습당, 조선컴퓨터센터 등을 방문해 학생들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북한의 대학생들은 구글과 슈밋 회장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었으며 큰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특히 구글 크롬 등에 대해 슈밋 회장 일행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해 슈밋 회장을 놀라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슈밋 회장이 북측에 ‘인터넷을 더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가 만난 북한 관계자들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 대해 “(북한에 대한 태도를) 두고봐야 한다”면서도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고 미국의 차기 국무부 장관으로 존 케리가 지명된 배경을 묻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새 정부가 출범한 뒤 올 상반기 안에 대화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