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지난 21일 국회쇄신법안을 발의했지만 세비 30% 삭감, 불체포 특권 폐지, 의원 정족수 축소 등 핵심 내용이 빠져 논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쇄신법안이 국민들 기대치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부터 연말까지 국회쇄신특별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여야 의원 중에 불체포 특권 폐지, 세비 삭감 등을 강하게 주장한 사람은 없었다”며 “의원 정족수 축소는 쇄신특위에서 다루기보다는 당론으로 정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애초에 의제에 올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국회쇄신특위 여야 의원 18명이 이번에 제출한 법안에는 의원 겸직 금지(총리·장관 제외), 의원 연금 폐지 등만 포함됐다.

여야는 대선 직전 의원들의 월급에 해당하는 세비를 삭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지원 전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초 세비 삭감폭을 30%로 하겠다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지난 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원들의 세비가 동결된데 이어, 이번 국회쇄신법안에도 빠졌다. 19대 국회 1인당 세비는 18대에 비해 20% 늘어난 연 1억3796만원이다.

불체포 특권 폐지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1월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다. 불체포 특권을 완전히 없애려면 헌법을 고쳐야 하지만 체포동의안 가결 요건은 국회법만 개정하면 된다. 하지만 이번 국회쇄신법안에 이 같은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가상준 단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회쇄신특위가 이번에 발의한 법안에는 의원 겸직 금지 등 일부 의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들어가고 세비 삭감, 불체포 특권 폐지, 의원 정수 축소 등 전체 의원들에게 해당되는 민감한 것들은 빠졌다”며 “국민들의 눈높이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