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과 인도네시아 재벌 간에 벌어진 싱가포르 재벌 인수전이 태국 쪽 승리로 끝났다.

외신들은 22일 인도네시아 최대 재벌인 리포그룹의 스티븐 리아디 회장이 싱가포르 최대 음식료 그룹 프레이저앤드니브(F&N) 인수를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F&N은 태국 2위 갑부인 차로엔 시리바다나바크디 회장의 차로엔폭판트그룹이 인수하게 됐다.

F&N은 1883년 설립된 기업이다. 음료 회사로 시작해 부동산, 유통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왔다. 리포그룹 관계자는 “싱가포르 당국이 최근 부동산 규제를 강화해 F&N 인수 매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이달 초 부동산 가격 거품 확산을 잠재우기 위해 강도 높은 가격 억제책을 내놨다.

차로엔폭판트그룹은 ‘창’ 맥주로 유명한 타이베버리지 등을 보유하고 있다. 차로엔 회장은 동·서남아시아 음료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F&N 인수를 추진해왔다. 지난해 F&N이 타이거맥주를 만드는 계열사인 아시아퍼시픽브루어리를 매물로 내놨을 때도 인수전에 참여했다. 아시아퍼시픽브루어리는 네덜란드의 하이네켄이 인수했다. 당초 차로엔그룹은 식음료 부문, 리포그룹은 부동산 부문의 사업 확대를 노리고 F&N 인수를 추진해왔다.

차로엔이 제시한 인수 대금은 138억싱가포르달러(약 11조원)다. 주당 가격은 9.55달러다. 당초 주당 9달러 선이 예상됐지만 두 그룹이 경쟁하면서 가격이 뛰었다. 차로엔그룹은 7일 내로 최종 인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거래가 성사되면 싱가포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 될 전망이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