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취임식 기획사 선정과 관련, “대기업과 계약해도 어차피 중소기업에 하청을 주는 구조가 아니냐”고 지적한 것으로 22일 알려졌다.

박 당선인의 한 측근은 “최근 박 당선인이 취임식준비위원회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기업과 계약해도 결국 중소기업에 하청을 준다면, 대기업과 계약하지 않고 중소기업과 직접 계약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이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박 당선인은 또 김진선 취임준비위원장에게 “능력이 된다면 중소기업에 취임식 준비를 맡기는 게 중소기업 활성화라는 차원에서도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고 한다. 취임준비위는 박 당선인의 지적을 들은 후 중소기획사를 대상으로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고, 결국 연하나로기획이 연출 기획사로 확정됐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대기업이 정부나 공공기관으로부터 계약을 따낸 뒤 중소기업에 하청을 맡기는 관행을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한 인수위원은 “대기업과 계약을 해도 실제 일은 중소기업이 한다면 굳이 대기업을 거칠 필요가 없다”며 “박 당선인이 ‘중소기업 대통령’을 자임한 만큼 이런 관행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대기업이 가격 경쟁력과 규모를 앞세워 계약을 따내는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박 당선인의 의지가 확고하다”며 “대기업이 직접할 필요가 있는 일이라면 당연히 대기업에 맡겨야 하지만,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다른 사람이 챙기는’ 상황은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계약의 주체와 방식이 다양해 일괄적으로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관련 규제가 강화되는 것만은 확실하다”며 “이르면 인수위에서, 늦으면 임기 시작 후에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당선인은 앞서 대선 공약 발표를 통해 공공분야 입찰제도를 중소기업에 유리하도록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중소기업의 공공구매 및 정부조달 비율을 확대하고, 정부의 대규모 계약을 부문별로 쪼개 중소기업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