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2일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인정하는 ‘택시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공은 다시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임기 말 정부와 국회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포퓰리즘 논란 다시 불거지나

지난해 6월 민주통합당이 발의한 택시법은 대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해 나온 전형적인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법안이라는 논란이 제기됐다. 업계는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받기 위한 입법화를 추진해왔다. 여야도 전국 25만여대의 택시 종사자와 가족 등 100만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무리한 입법을 강행했다는 게 일반적 분석이다.

택시가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받으면 언제든지 버스처럼 준(準)공영제 실시로 환승 할인과 적자 보전 등을 요구할 수 있다. 매년 택시업계에 8000여억원이 지원되지만 준공영제 적용으로 1조원가량을 추가로 지원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반면 택시업계의 주장은 다르다. 경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택시업계는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로 택시 운전사들의 처우가 개선되면 승차 거부가 크게 줄어드는 등 서비스가 향상될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정부, 택시업체 위한 ‘당근’ 먹힐까

정부는 이날 택시법의 재의 요구와 함께 택시업계를 위한 별도의 대안을 제시했다. 택시운송사업 발전을 위한 지원법(가칭 택시지원법)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대중교통법에는 거의 없는 내용이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택시 운전사에게 가스값, 세차비 등을 떠넘기는 ‘운송비용 전가 금지’ 규정을 명문화한 것. 이 법이 실시되면 택시운전사의 월급이 평균 158만원에서 200만원으로 40여만원 인상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택시 운전사에 대한 건강검진, 자녀 학자금 및 주택자금 지원 등을 할 수 있는 ‘복지기금 설치’ 근거도 마련했다.

택시업계의 숙원인 ‘공영차고지 확보’를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소유의 일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를 해제해 공영차고지를 마련하는 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용석 국토해양부 대중교통과장은 “택시지원법은 재정 부담을 줄이면서도 운전사를 위한 실질적인 혜택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택시업계, 거부권 행사에 반발

전국 택시업계는 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반발,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택시지원법’에도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지원법의 내용도 신뢰할 수 없고, 언제 입법할지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4개 단체는 이날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침을 결정했다.

택시업계는 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오는 30일 부산 지역을 시작으로 다음달 1일 권역별로 하루 동안 부분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국회에서 재의결이 안되면 다음달 20일부터 무기한 운행중단에 들어갈 예정이다.

김진수/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