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끙끙 앓는 병원…치료비 '폭탄세일'
병원들이 불황 파고를 넘기 위해 파격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다.

국내 최대 한방병원인 자생한방병원은 22일부터 3월17일까지 치료비를 최대 50% 깎아주는 ‘스마트케어 특가이벤트’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 병원이 할인행사를 하는 건 1999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문을 연 이후 처음이다. 병원 측은 치료비 감면을 통해 신규 환자 수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되기를 바라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척추관절전문병원 중 하나인 척병원(노원점)은 자기공명영상(MRI) 진료비를 절반이나 낮췄고, 강남권 유명 피부과들도 ‘세일전쟁’에 가세했다. 일부 피부과는 가격 할인에다 미백·피부관리 등을 얹어주는 ‘플러스 알파(+α)’ 서비스 경쟁까지 벌이고 있다.

○자생, 개원 14년 만에 첫 치료비 감면

국내 한의계에서 최고가 및 최고급 시술로 명성을 얻어온 자생한방병원의 치료비 감면은 파격적이다. 종전까지 이 병원에서 퇴행성 디스크 치료를 받으려면 통상 3개월 치료(마사지, 물리치료, 한약 처방 등)에 300만원 이상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 특가행사 기간엔 150만원 정도만 내면 된다. 절반을 깎아주는 셈이다. 업계에선 자생의 ‘치료비 50% 감면’에 대해 최근 한방 수요 급감에 따른 자구책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자생한방병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10~20% 정도 신규환자가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본점과 분당, 의정부에 지점을 둔 척병원도 매출 감소를 극복하기 위해 치료비 인하를 내걸었다. 이 병원 노원점은 이달부터 서울지하철 4호선에 ‘MRI 진료비 25만원’이라는 할인행사 광고를 내걸었다. 세일기간은 오는 31일까지. 허리디스크 등의 척추질환을 진단하는 데 필수인 MRI 진료비는 통상 45만~50만원 수준이다. 진단비를 절반이나 내렸다. 병원은 진단비를 내리더라도 더 많은 환자가 오면 인하분을 벌충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선릉역에 있는 라마르피부과는 통상 100만원 정도 받는 레이저 프락셀 치료비를 30% 내렸다. 이 피부과에서 피부관리를 받고 있는 김모씨는 “지난해 3회 150만원 하던 시술비가 최근엔 3회 1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며 “미백이나 비타민 피부관리를 덤으로 서비스해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1~2년 전만 해도 (병원)상담실장이 친구나 지인을 데려오면 20~30% 할인해준다고 했는데, 지금은 의사가 직접 권유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병원 직원 대상으로 영업

불황의 타격이 큰 것으로 알려진 치과업계도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 마케팅전’이 불붙고 있다. 일부 네트워크 치과병원은 특정 기업 직원에 한해 20%를 할인해주는 타깃형 마케팅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이 과정엔 으레 중개 유치업체가 끼어든다고 한다. 중개업체 관계자가 기업체를 돌아다니면서 ‘A병원에 가서 B회사에 다닌다고 하면 무조건 얼마까지 할인해준다’고 권유, 직장인 고객을 특정병원에 알선해주는 방식이다.

개인병원인 목동 M치과는 인근 병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충치 제거·잇몸질환은 50%, 임플란트·미백 치료는 20~30% 할인해주고 있다. 스케일링은 무료다. 병원이 다른 병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하는 셈이다.

대다수 병원들이 생존경쟁을 벌이면서 신규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성형외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강남 유명 성형외과들은 겨울방학을 맞아 2월까지 쌍꺼풀·코 수술 일정이 빽빽하게 차 있다. 하지만 지방 성형외과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수도권의 한 성형외과 원장은 “환자들의 강남권 선호 현상이 도를 넘었다. 대한민국에서 성형외과는 강남만 제대로 값을 쳐준다”고 하소연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