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2050년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돈을 사회복지에 지출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복지제도를 손질하지 않으면 그리스 등 남유럽형 복지국가 모델과 비슷해져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OECD 국가의 공공사회복지지출 전망’이란 보고서를 통해 2050년 한국의 사회복지 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1.5%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이다. 2050년까지 사회복지 지출 연평균 증가율도 3.2%로 가장 높다. 급속한 고령화로 연금과 보건의료 비용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09년 10.7%였던 고령화율(전체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 비율)은 2050년 37.4%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따라서 사회복지지출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 보사연의 결론이다.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시사점은 그리스와 스웨덴의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두 국가의 복지지출 구조는 큰 차이가 있다. 2007년 기준으로 그리스 복지지출에서 연금을 중심으로 한 고령예산 비중은 전체 예산의 47%에 달했다. 반면 스웨덴은 연금의 30%정도밖에 쓰지 않았고, 영국도 28%에 불과했다. 이들 국가는 연금지출을 GDP의 6~7%로 통제하고 있다.

이런 차이를 만든 것은 일할 때 받던 돈의 몇 %를 연금으로 받느냐를 나타내는 소득대체율이다. 2007년 그리스의 중간 소득자가 받은 연금은 임금의 110%에 달했다. 일을 할 때나, 하지 않을 때나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그리스의 재정은 붕괴됐다. 반면 스웨덴의 소득대체율은 53%에 불과했다. 나머지 복지예산 사용처도 큰 차이를 보였다. 그리스의 경우 미래에 대한 투자로 불리는 보육 등 가족예산의 비중은 5.1%에 그쳤다. 반면 스웨덴은 12.3%를 아동수당 육아휴직수당 등에 투입했다. 높은 출산율을 유지하면서도 여성고용률을 세계 2위로 끌어올린 비결이다. 또 다른 차이는 취업지원, 실업자 재교육 등 고용을 촉진할 수 있는 예산이다. 그리스는 0.8%였지만 스웨덴은 4%에 달했다.

보사연 관계자는 “한국은 향후 연금을 받는 사람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속가능한 복지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