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매도…뱅가드 쇼크…공매도 증가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강화됨에 따라 ‘폭탄’이 될 수 있는 종목을 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투기적 거래를 주로 하는 외국인에 경계감을 보였다. 선·현물 가격 차를 이용한 프로그램 매매 비중 상위 종목이 우선 타깃이 될 수 있어서다. 세계 최대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뱅가드가 벤치마크 변경 이후 아직 비중을 조절하지 않은 종목,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 비중이 높은 종목 등도 외국인 매도의 타깃이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삼성생명 등 프로그램 매도에 취약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11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올 들어 첫 옵션만기일인 지난 10일 이후 매도로 돌아선 외국인은 11일부터 이날까지 9010억원의 매도 우위를 보였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프로그램 차익거래와 연계된 물량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프로그램 차익거래는 7618억원 매도 우위로 나타났다. 프로그램 차익거래는 선·현물 가격 차를 이용해 무위험 수익을 노리는 것이다. 주로 외국인이 활용하는 전략이다. 차익거래 물량이 최근 증가한 것은 이전에 고평가된 선물을 팔고 저평가된 현물을 샀던 포지션 정리가 많이 일어났다는 의미다. 매수차익 잔액은 올 들어 5조원 내외까지 떨어졌지만 남은 물량도 언제든 청산될 수 있어 시장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공원배 현대증권 연구원은 “올 1월 프로그램 매매 비중이 21%까지 상승해 최근 7년간 1월 평균치 13.5%를 크게 웃돌고 있다”며 “작년 12월 옵션만기일 이후 배당수익을 노리고 유입된 프로그램 차익매수 물량이 급격히 청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가총액 대비 거래량이 적은 종목 중 작년 말 프로그램으로 매수세가 많이 유입된 종목은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생명 롯데제과 신세계 한화생명 삼성카드 삼양홀딩스 등이 이런 종목이다.

○뱅가드 매도·공매도 종목도 주의

뱅가드의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 뱅가드의 국내 주식 비중이 3.96% 축소된 것으로 집계됐다. 매주 4%(3000억~4000억원)씩 줄이겠다고 공언한 것과 일치했다. 특히 효성 두산중공업 기업은행 현대해상 현대위아 OCI 현대글로비스 삼성증권 LG디스플레이 GS 아모레퍼시픽 등은 10% 이상 비중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세원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주에 비중을 많이 줄인 이들 종목보다는 아직 비중 축소에 나서지 않은 종목에서 변동성이 커질 위험이 있다”며 “비중 변화를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공매도도 체크해야 한다.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는 주로 외국인이 많이 하는 투자 기법이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주간 단위로 21일 기준 전체 거래량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3.1%까지 상승했다. 작년 말에는 이 비중이 2.2%에 불과했다. 철강 조선 소재·산업재 등 경기 민감주에 공매도가 집중됐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달 말까지는 미국의 정부부채 한도 협상 우려가 시장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며 “실적 부진 우려가 큰 소재 및 산업재 기업의 실적 발표가 다음달 중순 예정돼 있어 공매도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