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 판매왕(2005~2012년), 서울 망우지점 정송주 영업부장

"들어갈 때부터 딱 5년만 일하고 목돈모아 퇴사할 생각이었다. 떠밀려 나가는 패배감이나 두려움은 없었다. 새로운 세계에 부딪히는 것이 걱정은 됐지만 장학금 받으며 사회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았다."

기아자동차의 입지전적 판매 기록을 세운 정송주 망우지점 영업부장(43·사진)의 첫 시작은 이랬다. 고등학교 졸업 후 태권도 사범 일을 하다 스물 넷에 기아차 화성공장에 입사했다. 1999년 구조조정 바람이 불자 자신있게 영업직을 지원해 나왔다. 도전정신으로 가득찬 전남 강진 출신의 시골청년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서울 도시에서 그렇게 이를 악물었다.



정 부장의 이력은 화려하다. 8년 연속 기아차 판매왕. 연간 최대 판매대수 기록(2010년 423대) 보유. 누적 3187대 판매. 작년 판매대수 360대. 전국 기아차 영업직원 3190명 중 1등이다.

판매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돌아온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죽어라 일했다는 것.' 정 부장은 "죽기 살기가 아닌 죽을 각오로 매달려 일했다"며 "현장은 살벌했고 고객들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하지만 도망갈 궁리를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노력한 만큼 성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일해놓은 게 아까워 조금만 더 버티자고 한 것이 여기까지 와버렸다."

지난 22일 저녁 기자가 서울 망우동 기아차 판매점을 방문했을 때도 그는 핸드폰을 붙든 채 쉴새없이 일하고 있었다. 15년 영업 길을 걸어온 인생 스토리를 들어봤다. 예상 외로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판매왕하면 떠오르는 달변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에 깊은 생각이 담겨있는 듯 했다.

다음은 정송주 영업부장과의 일문일답.


- 작년 360대를 판매했는데 수치상으론 잘 와닿지 않는다.

영업사원들이 판매하는 자동차 대수가 한 달 평균 4~5대다. 연간 약 60대라고 보면 된다. 영업직 시작 후 4년만인 2003년엔 138대를 팔아 전국 6위를 했는데 당시 판매왕 1위가 200대를 팔았다.

- 엄청 바쁠 것 같은데.

보통 아침 8시부터 밤 8시까지 하루 12시간 정도 일한다. 일을 시작해서 놓는 순간까지 쉴틈 없이 일한다고 보면 된다. 계속 전화가 오기 때문에 쉬고 싶어도 못쉰다. 하루 250통 가량 받는다. 한번 인연을 맺은 고객들이 내게 일거리를 많이 주기도 한다.

- 가끔 쉬고싶을 때도 있지 않나.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말처럼 매월 세운 일정 목표를 달성했을 땐 가끔 2~3일 정도 푹 쉬고 싶다. 하지만 내려놓을 수가 없다. 설과 추석 명절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일한다. 명절 연휴도 금요일 오후에 내려가 일요일에 올라온다. 취미인 골프를 하러갈 때도 고객들이 잘 찾지 않은 일요일 오전에 치고 바로 내려온다.

- 단순히 일을 많이 하는것이 판매왕의 비결은 아닐텐데.

비결을 물어보면 '정직'과 '믿음'이라고 말한다. 고객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편하게 날 찾고 일을 맡길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희소성 있는 상품일수록 고객들이 쉽게 파트너를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마트에서 음식을 살 땐 한 곳만 가지않고 다양하게 다닐 수 있지만 단위가 커질수록 한 곳만 찾게 된다. 따라서 자동차 영업은 한결 같아야 한다.

- 단골 고객이 많은가.

기존 고객의 재구매율(지인 소개포함)이 85% 정도다. 거의 대부분이라고 보면 된다. 방문 응대보다는 전화 응대를 통한 판매가 많다. 오늘도 고객이 대전에 사는 지인을 소개해줘 만나고 왔다. 하지만 자동차는 구매 사이클이 크기 때문에 고객과의 지속적인 연결고리가 많지 않다. 구매 당시 인상을 강하게 심어놓지 않으면 고객은 다시 날 찾지 않는다.

- 한번 본 고객과의 인연은 어떻게 지속하는가.

명함에 '판매왕과의 아름다운 인연이 시작됐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다. 은연 중에 나와 좋은 관계가 시작됐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차 구매 후 1~2개월이 지난 후 먹을 것을 보내주기도 한다. 고객들이 아직 신경을 써주고 있다는 점을 느끼는 것 같다.

- 본래 성격도 영업 쪽과 맞다고 생각하는가.

내성적인 편이라 처음엔 성격이 영업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전에서 고객들과 만나보니 화려한 응대를 하는 것보단 이웃집 사람같은 영업사원을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실제 판매왕 중에는 내성적인 분들이 많다. 다만 외향적인 부분을 많이 보이기 위해 노력한다.

- 부상으로 받은 K7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작년 카니발은 사회복지기관에 기증했는데.

올해는 직접 탈 생각이다. 상황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데 작년엔 기증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올해는 직접 타고 다니면서 동료나 후배들 그리고 고객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싶다.

- 올해 판매 목표대수와 장기적인 계획이 있다면.

작년과 비슷한 365대다. 장기적 계획은 15년간 쌓은 영업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일회성 가르침이 아닌 꾸준히 하는 방향으로 개개인을 변화시켰으면 좋겠다. 또 한가지는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싶다. 1999년 영업일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태권도 사범이나 개인 장사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 올해 내수 상황이 더 어렵다고 하는데 목표 달성 가능할까.

본사의 적절한 마케팅 전략과 시장상황 예측이 없었다면 이같은 판매 실적은 달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객의 닫힌 주머니를 열기 위해 회사가 많은 노력을 했다. 올해도 믿는다.

한경닷컴 김소정 기자 sojung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