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Brexit·Britain+exit)’가 현실화될까.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사진)는 23일 “2015년 차기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승리하면 영국의 EU 탈퇴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발표했다. 캐머런 총리는 지난 18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EU 회원국 지위 구상’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알제리 인질 사태로 발표를 미룬 지 5일 만에 이 같은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지금은 영국의 정치적 견해에 대한 유럽인들의 질문에 답해야 할 때”라며 “2015년 보수당이 승리하면 관련 협상을 마무리한 뒤 2017년 말까지는 국민투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캐머런은 “영국과 EU의 관계는 본질적인 면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EU가 이 같은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면 영국 국민들은 EU 탈퇴 쪽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국 보수당 정부는 EU에 금융정책, 세금제도, 사법권 등 분야에서 독립적인 통제권을 보장하는 협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유럽 재정위기가 심해지면서 캐머런 총리는 EU에 회의적인 보수당 의원들로부터 EU 탈퇴 여부에 관한 입장을 밝히라는 압력을 받아왔다.

캐머런은 다만 “EU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기회를 갖기 전에 지금 당장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그릇된 선택”이라고 덧붙여 EU와의 협상 여지를 남겼다.

블룸버그는 국민투표 카드를 꺼낸 캐머런의 구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2015년 총선이 최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집권 보수당은 야당인 노동당에 비해 지지율이 10%포인트가량 뒤져 있다.

여론조사업체 유거브(YouGov)가 지난주 영국 성인 1912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도 응답자의 40%가 영국의 EU 잔류를 희망하고 있으며 EU 탈퇴를 지지하는 응답자는 34%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같은 설문조사에서 탈퇴가 42%, 잔류가 36%였던 여론이 뒤집힌 것이다.

EU 회원국은 물론 미국 등은 이 같은 캐머런의 구상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3일 “유럽은 언제나 공정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며 “우리는 영국과 토론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최근 캐머런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은 EU 안에서의 강력한 영국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