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합병(M&A)은 투자은행(IB) 업계에서 ‘종합예술’로 불린다.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한 구조 설계 능력에서부터 거래 상대방과의 입장 차이를 조율하는 협상력에 이르기까지 재무자문을 맡은 IB가 법률자문 및 회계자문을 맡은 업체와 손발을 맞춰 A부터 Z까지 세심하게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M&A 시장을 이끈 주역은 크레디트스위스증권(재무자문)과 김앤장 법률사무소(법률자문), 삼정회계법인(회계자문)이었다.

크레디트스위스증권은 거래규모(경영권 매각·잔금 납입 기준)가 지난해 1, 2위였던 하이닉스와 외환은행 매각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지난해 완료한 거래 건수는 단 2건에 불과했지만, 규모는 7조2903억원으로 4조원대에 머무른 2위 우리투자증권과 3위 하나대투증권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까다로운 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전략을 갖고 고객과 신뢰를 쌓은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하이닉스의 경우 M&A 작업에 걸린 기간이 5년에 달했다. 대형 M&A를 완료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6개월~1년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5배 이상 많은 시간을 투자한 셈이다.

하이닉스를 매각할 때 국내 최초로 ‘제3자 배정방식 M&A’를 적용한 점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SK텔레콤이 채권단 구주 지분 일부와 하이닉스 신주를 인수하는 이 방식은 인수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매각자도 일정 부분 경영에 참여토록 한 덕분에 유연한 경영권 전환을 유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M&A 법률자문 부문의 ‘지존’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 김앤장은 작년 한 해 동안 전체 M&A 거래금액(종료 기준)의 23%에 해당하는 13조2760억원 규모의 M&A를 자문했다.

MBK파트너스의 웅진코웨이 인수, 신세계의 센트럴시티 인수, IBK투자증권 및 케이스톤파트너스의 금호고속·서울고속버스터미널·대우건설 지분 인수, LG생활건강의 일본 긴자스테파니코스메틱스 인수 등이 김앤장의 손을 거쳐 성사됐다.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8045억원)와 현대홈쇼핑의 한섬 인수(4200억원), 한앤컴퍼니의 대한시멘트 인수(3500억원) 등 업계 판도를 바꾼 M&A 거래에도 어김없이 김앤장은 이름을 올렸다.

회계자문 부문에서는 삼정회계법인이 지난해 챔피언인 삼일회계법인을 큰 점수 차로 제쳤다. 삼정의 종료 기준 자문규모는 11조594억원으로 2위인 한영회계법인(5조8099억원)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SK텔레콤의 하이닉스 인수 딜에서는 ‘인수 후 통합작업’(PMI)까지 고려한 회계자문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건도 담당했다.

정영효/이유정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