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23일 국회에서 개최한 의원총회에선 인사청문회를 마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사진)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인 김성태 의원과 박민식·김태흠 의원 등이 이 후보자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김성태 의원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청문특위 위원 중 한 사람으로서 적격에 동의할 수 없다”며 “친일 후손의 재산문제까지 걱정하는 재판관을 국민 기본권 최후의 보루인 헌재소장으로 한다는 데 동의할 수 없고 특정업무 경비 의혹도 깨끗하게 해소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사청문특위가 여당 7명, 야당 6명 등 13명으로 구성된 상황에서 김 의원이 부적격 판정을 내리면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박 의원은 “결격 사유의 유무를 뛰어넘어 통합의 리더십, 사회 갈등 치유능력 등 헌재소장으로서의 위신이 있어야 하는데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이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태흠 의원은 “헌재소장은 도덕성 측면에서 장관보다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돼야 하는데 이 후보자를 놓고 지저분한 의혹이 수십 건 나오지 않았느냐”며 “여러 의혹이 헌재 내부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내부 신망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이 후보자를 자진 사퇴하도록 하든가 심사경과보고서를 ‘부적격’으로 올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재선 의원은 의총 이후 “어디서 그런 X를 데려왔느냐”고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황우여 대표는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이 후보자의 ‘특정업무경비 유용’ 논란에 대해 “콩나물 사는 데 쓰면 안 되지”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인사청문특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과 특위 위원인 김진태 의원 등은 의총에서 ‘결정적 하자는 없다’며 이 후보자에 대한 적격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권 의원은 당내 반발을 의식한듯 인사청문특위 차원에서 적격·부적격 의견을 모두 담은 심사경과보고서를 채택하고 국회 본회의에서 ‘자율 투표’에 나설 것을 제안했다. 이같이 이 후보자에 대한 반대 의견이 표출되자 원내지도부는 이 후보자에 대한 최종 결론을 유보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아직 당론을 정할 단계가 아니다”며 “반대의견도 내야지 찬성의견만 내느냐. 오늘 다양한 의견을 들었으니까…”라고 말했다.

여당 내에서 부적격 여론이 일면서 이 후보자 임명동의안이 표결에 부쳐진다고 해도 낙마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새누리당 의석 수는 154석으로, 본회의에서 무기명 표결 시 일부만 반대표를 던져도 이 후보자는 국회 관문을 통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당내 사정이 이처럼 복잡한 것은 이 후보자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이명박 대통령의 협의를 거쳐 지명돼 낙마에 따른 부담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헌재소장 공백상태가 불가피해졌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