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월23일 오후 2시42분

저금리 현상이 굳어지면서 신용파생상품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똑같은 돈을 투자하더라도 일반 채권이나 정기예금보다 1%포인트 안팎의 수익을 더 챙길 수 있어서다.

다만 뜻밖의 위기 상황이 닥칠 경우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골드만삭스 채권 등 특정 자산을 기초로 만들어진 상품에 대한 쏠림현상이 심해 2008년 금융위기 같은 사태가 재발할 경우 금융회사들의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CDS 거래 146% 증가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의 신용부도스와프(CDS) 거래 잔액은 작년 9월 말 현재 28조2250억원을 나타냈다. 2011년 말 11조4580억원에서 9개월 만에 146% 급증했다.

CDS 거래란 두 곳의 금융회사가 특정 채권의 부도 위험을 주고받기 위해 만들어졌다. 가령 골드만삭스 채권을 보유한 해외은행이 투자원금의 1%에 해당하는 보험료(이하 CDS 프리미엄)를 국내 보험사에 냈다면, 골드만삭스가 파산하더라도 보험금처럼 원금을 탈 수 있는 형태다.

국내 금융회사는 금리하락으로 수익률 유지에 어려움을 겪자 CDS 관련 상품 투자비중을 급격히 높이고 있다. 국내외 증권사들이 CDS 거래 사슬의 중간에 끼어 관련 상품을 적극적으로 마케팅한 결과이기도 하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작년 2월 ‘연 1.1%짜리 골드만삭스 CDS 프리미엄(채권 원금 5000만달러)’과 ‘연 3.9%짜리 농협은행 정기예금채권(560억원)’을 기초자산으로 묶어 연 4.3% 수익률, 1년1개월 만기 합성자산유동화기업어음 600억원어치를 만들어 판매했다. 당시 국고채 3년물 금리 연 3.4%를 크게 웃도는 수익률이다.

한 증권사 신용파생상품 담당 연구원은 “작년 유럽 재정위기로 국내 채권금리는 하락하고 글로벌 CDS 프리미엄은 급등하면서 두 자산을 결합한 신용파생상품 거래가 급격히 늘었다”고 말했다.

◆위기상황 땐 충격 불가피

신용파생상품 거래가 급증하는 것은 금융시장의 잠재적인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 상품 특성상 세부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감독당국에서도 사전에 위험을 감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윤영환 신한금융투자 상무는 “중요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실태 파악조차 어렵다”며 “신용파생상품 관련 포지션에 대한 증권사 내부 리스크관리 기준도 미흡해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비슷한 금융시장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신용파생상품이 국내외 우량회사채를 기초자산으로 비우량회사채의 수익률을 만드는 형태이기 때문에, 국내 비우량회사채 수요 기반을 위축시키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CDS 거래의 쏠림 현상도 문제다.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관련 CDS 거래 잔액은 작년 9월 말 현재 약 2조4000억원으로 일반 기업 중 가장 많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정 기업 부도시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면서도 “아직까지는 문제가 발생해도 외환시장이나 금융시장 건전성을 해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