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비정규직 노조 집행부에 환멸을 느낍니다.”

23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게시판에는 사내하도급 근로자 강승철 씨(37)가 최근 노조를 탈퇴한 이유를 쓴 ‘비정규직 노조에 대한 노조 탈퇴자의 호소문’이란 제목의 실명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강씨는 “2년 전 노조활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열심히 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며 “하지만 지금 집행부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소수에 의해 독단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버렸다”고 말했다. 지난 17일에도 조합원 2명이 집행부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내걸었다.

인근 명촌주차장 철탑에는 최병승 씨(37) 등 노조원 2명이 ‘비정규직의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24일로 농성 100일째지만 정작 비정규 노조 내부에는 장기투쟁에 고개를 돌리는 조합원들이 조직을 이탈하거나 집행부 투쟁에 반기까지 드는 노노갈등 양상이 빚어지고 있다.

정규직 노조의 한 간부는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전원 정규직화만 요구하다간 조직이 고립무원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측이 최근 사내하도급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신규채용 접수 결과 전체 사내하도급 근로자의 80%인 5394명이 지원한 것도 노조 투쟁력 약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노조가 벌인 부분파업이나 집회에 전체 1700여명 노조원 가운데 400~500명만 참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절대 원군이었던 정규직 노조도 비정규 노조의 투쟁에 등을 돌렸다. 지난해 말 정규 노조가 사태 해결에 나서려는 데 대해 비정규 노조가 ‘전원 정규직화 없이는 불가’라고 맞서면서 양측 간 협력관계에 금이 갔다. 울산지방법원이 송전탑 농성장을 불법 시설물로 판단하고 강제 철거에 나서는 것도 이들의 강성 투쟁에 압박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비정규 노조는 여전히 강성 투쟁을 고집하고 있다.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 노조 동의없이 사측과 교섭을 벌일 경우 독자적으로 회사 측과 교섭을 시도하겠다고 밝혔고, 철탑 농성자들도 전원 정규직화 없이는 농성을 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여기에 26일 민주노총 주최의 ‘농성 100일 희망과 연대의 날’ 행사에다 2차 시위버스(희망버스)까지 예정돼 있어 또 한번 노사 충돌이 우려된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