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공사 논란은 단순한 국내문제가 아닙니다. 건설사들의 해외 신인도에 치명타입니다.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내용 탓에 건설사들은 부도덕하고 부실 시공을 일삼는 업체로 매도될 수 있습니다. 흠집 잡기에 혈안이 된 외국 경쟁업체들엔 ‘한국정부(감사원)’의 발표만한 호재가 없습니다.”

A건설사 해외 수주 담당 상무는 정부 부처 간 싸움으로 비화된 4대강 사업 논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회사는 중동에서 일본업체와 플랜트 건설프로젝트 수주전을 어렵게 치르고 있다. “경쟁사들이 대한민국 정부마저도 건설사의 시공능력을 문제 삼았다고 발주처에 악선전할 것을 생각하니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아찔하기만 합니다.”

대형 건설사들은 ‘4대강 사업은 총체적 부실’이라는 감사원 발표 후폭풍에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감사 결과를 둘러싸고 총리실과 감사원이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닫는 등 문제가 더욱 확산되고 있어서다. 정부 부처는 물론 여야 정치권까지 나서 4대강 사업 검증을 두고 ‘싸움질’을 벌이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건설사들의 몫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한 대형건설사 사장은 “국내 건설사들이 최근 들어 동남아와 중동 건설 시장에서 수주에 애를 먹고 있다”며 “일본과 중국 등 경쟁국 업체들이 국내 언론에 실린 건설업계 자금난 기사를 번역해 발주처에 뿌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4대강 공사 부실논란은 그들에겐 좋은 마타도어(흑색선전)거리가 된다”고 우려했다.

당장 이달 말 우선협상대상자를 뽑는 12조원짜리 태국의 통합 물관리사업 수주에 먹구름이 잔뜩 끼는 모습이다. 수주전에 참여한 건설사 관계자는 “한국·중국·일본 업체가 3파전을 벌이고 있다”며 “4대강 사업을 수행해 기술력과 경험에서 비교 우위에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4대강 사업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의혹은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 하지만 제대로 검증이 안 된 내용을 정부 부처가 직접 나서서 발표하고, 이를 둘러싼 반박과 재반박이 벌어져선 국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4대강 사업 논란은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 푼의 외화라도 벌기 위해 열사의 땅에서 악전고투하는 건설사들이 그동안 어렵게 쌓아왔던 명성을 한순간에 허물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진수 건설부동산부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