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새 정부의 첫 총리 후보자로 김용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24일 지명했다. 대통합형 총리가 나올 것이라던 그동안의 기대에 비춰보면 의외의 선택이다. 지역 갈등 해소라는 상징성에서나 세대간 격차를 좁히려는 의지에서도 다소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겠다. 고매한 인품으로 본다면 총리 자격이 충분하다고 하겠으나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못했다. 무난하지만 재미는 없다고 할 상황이다.

지명 발표 뒤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정치철학을 밝히지 않은 것도 그렇게 느낀 이유의 하나일 것이다. 김 후보자의 말처럼 통보를 받은 게 며칠 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래서 생각할 시간이 부족했을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내각이 첫발을 내딛는 마당이다. 앞으로의 국정운영 계획 혹은 방향을 제시하거나 정부 운영에 대한 평소의 소신 정도는 밝히는 것이 도리다. 언론 감각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무적 감각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국회동의 절차를 앞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담백해 퉁명스럽다는 느낌을 주는 정도였다. 세대와 지역 간 대립, 부자와 가난한 사람 간의 갈등, 법치 질서의 정립 등 총리로서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박 당선인은 장관 제청권 등 실질적인 권한을 총리에게 위임할 것이라고 공약해 왔다. 대독총리, 버럭총리, 방탄총리, 의전총리 등으로 불리던 과거 총리와 달리 책임총리가 탄생할 것이란 기대는 그래서 크다. 김 후보자 스스로 새 정부의 초대 총리로서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확인시켜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