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보기술(IT)매체로 유명한 테크크런치는 “삼성전자를 글로벌 5대 기술기업에 넣어야 한다”고 지난 5일 보도했다. 테크크런치는 “지금까지 미래 기술을 이끌어 온 5대 기업으로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를 꼽았지만 이제는 마이크로소프트를 빼고 삼성을 포함시켜야 할 때”라고 썼다. 이 매체는 “삼성전자는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이익을 내는 기업”이라며 “인텔 등과 공동 개발하고 있는 OS ‘타이젠’은 올해 가장 중요한 IT 뉴스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미국의 IT 전문매체 매셔블은 지난해 “삼성전자는 애플을 더 이상 흉내내지 않는다”며 “애플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경쟁자”라고 칭송했다. 삼성 스마트폰은 불과 2년여 전만 해도 국내 소비자들조차 불신했던 제품이었다. 2011년 한 온라인 사이트에는 삼성 ‘옴니아2’를 불태우는 동영상까지 올라왔다. 통화 불량과 느린 속도, 잇따른 접속 중단에 불만을 품은 한 소비자가 제품을 망치로 부수고 ‘화형식’까지 거행했다. 이랬던 회사가 어떻게 2년여 만에 ‘IT업계의 지존’으로 칭송받던 애플마저 제치고 세계 1위 스마트폰 회사로 떠올랐을까.

하드웨어 경쟁력이 추격 발판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처음 고전했던 것은 제조 능력이 뒤처져서가 아니었다. 스마트폰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모바일 분야에서 경험이 거의 없었던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을 잡았다.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던 옴니아2는 마이크로소프트 OS를 적용한 스마트폰이다. 반성 끝에 삼성전자는 ‘구글 안드로이드와 손잡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방향이 정해지자 삼성전자의 추격전이 시작됐다.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

‘갤럭시S 시리즈’의 첫 작품을 내놓은 것은 2011년 5월이었다. 1년6개월간의 연구·개발(R&D) 끝에 내놓은 갤럭시S에는 삼성의 강력한 하드웨어 리더십이 담겼다. 스마트폰의 속도(speed)와 화면(screen), 얇기(slim)를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3S’를 모토로 내걸었다. 갤럭시S는 시장에 내놓은 지 7개월 만에 1000만대가 팔렸다. 삼성전자의 첫 ‘텐밀리언셀러 스마트폰’이었다. 2011년 4월 나온 ‘갤럭시S2’는 압도적인 하드웨어 성능을 무기로 내세웠다. 출시 5개월 만에 판매대수 1000만대를 넘어섰고, 지금까지 4000만대가량 팔렸다.

뛰어난 제조능력…147개국 촘촘한 공급망

삼성전자가 단기간에 ‘글로벌 톱 클래스’의 스마트폰 제조회사로 떠오른 또 다른 요인은 ‘세계 각국의 다양한 규제를 통과할 수 있는 현지화 제품’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삼성전자는 핵심 부품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에서부터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들을 자체적으로 설계·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애플이 1년에 한두 개 모델을 내놓는 반면 삼성전자는 다양한 크기와 디자인이 제각각인 제품을 여러 나라에 동시에 공급한다.

갤럭시S와 S2 두 제품의 모델 수는 300개가 넘는다. 삼성은 갤럭시S를 100개국 110개 통신사에, 갤럭시S2를 120개국 140개 통신사에 각각 공급했다. 지난해 나온 갤럭시S3는 147개국에서 302개 통신사가 팔았다. 애플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세계 최고 수준의 동시 공급능력’이다.

‘인간 중심의 사용자 환경’ 갤럭시S3

삼성전자가 갤럭시S와 S2를 잇따라 내놓으며 스마트폰 업계의 강자로 떠올랐지만 애플과 비교될 정도는 아니었다. 갤럭시S는 당시 경쟁 제품이었던 ‘애플 아이폰3GS’에 비해 하드웨어에서 한 단계 앞섰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는 격차가 여전히 컸다. ‘3S’를 내세웠던 ‘하드웨어 중심의 성공 방정식’을 바꿔야 했다. 제품 성능이 좋다는 것만으로는 애플을 넘어서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5월 내놓은 ‘갤럭시S3’는 성능을 내세운 제품이 아니었다. ‘인간 중심의 사용자 환경’이 새로운 모토였다. 사람의 얼굴과 눈을 알아보고, 말을 알아듣고, 모션을 인식하는 신개념의 스마트폰이었다. 갤럭시S3는 출시 50일 만에 판매 1000만대를 넘었다. 7개월 만에 4000만대가 팔렸다. 지금도 하루 평균 19만대가량 팔리고 있다.

새로운 ‘시장 창조자’로 도약

삼성전자는 지난해 ‘애플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는 2007년 아이폰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아무도 펜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삼성전자는 보란듯이 S펜을 탑재한 갤럭시노트를 성공시켰다. 지난해 9월 나온 갤럭시노트2는 출시 2개월 만에 100만대를 팔아치우는 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 없던 시장을 삼성이 만들어낸 것이다. 애플이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5인치대 스마트폰’도 삼성전자가 만들어낸 시장으로 볼 수 있다. 5인치를 넘으면 손에 잡기 불편하다는 인식을 깨뜨렸다. 삼성은 이제 카메라에 안드로이드 OS를 얹은 ‘갤럭시 카메라’까지 내놓았다. ‘내가 내놓은 것이 세상의 기준’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스마트폰 이어 태블릿PC에 도전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시장 점유율은 33.9%였다. 압도적인 세계 1위다. 삼성은 올해 스마트폰을 포함한 전체 휴대폰 판매량을 4억5900만대로 잡았다. 회사 내부에서는 ‘5억대 이상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1등 기업은 더 많이 팔아도 올라갈 곳이 없다. 경쟁자들을 끊임없이 물리치면서 스스로 혁신해가는 ‘자기파괴적인 창조’를 해야 한다. 삼성전자가 올해부터 안드로이드 OS에서 탈피해 ‘구글 의존도’ 낮추기에 나선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인텔, 리눅스 재단 등과 공동 개발한 오픈소스 OS 타이젠을 탑재한 새 스마트폰을 내놓을 예정이다.

태블릿PC 시장에서는 애플 아이패드의 아성을 뛰어넘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스마트폰 세계 1위 지위를 공고히 하면서 동시에 태블릿PC 등에서도 ‘또 다른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을지가 올해 삼성전자의 최대 관심사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