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아이스하키 팀을 이끌어온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제22대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으로 선출됐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25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2013년 정기대의원 총회를 열어 출석 대의원 8명 중 5명의 선택을 받은 정 회장을 제22대 회장으로 선출했다. 박갑철 전 회장은 2표를 얻는 데 그쳤다.

◆20년 전 만도 아이스하키단 창단

앞으로 4년간 대한아이스하키협회를 이끌게 된 정 회장은 “회장의 역할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죽기 살기로 해야 할 것 같다”며 결연한 각오를 다졌다. 정 회장은 협회장에 선출된 직후 협회 제22대 집행부 구성과 감사 선임 회의를 주재하며 한국 아이스하키의 수장으로서 첫걸음을 뗐다.

정 회장은 아이스하키에 대한 사랑을 오래 키워왔다. 1994년 만도 위니아 아이스하키단(현 안양 한라)을 창단해 이후 20년간 구단주로서 팀을 운영했다.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아이스하키팀들이 없어지기도 했지만 안양 한라는 비인기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정 회장의 강력한 의지로 오랜 기간 전통을 쌓을 수 있었다. 1998년 외환위기 때에도 끝까지 아이스하키 팀을 유지했다. 정 회장은 “그룹이 어려울 때 팀이 우승까지 해줘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한라의 홈경기가 있는 날이면 거의 빠짐없이 홈구장인 안양 빙상장을 찾는다.

지난해 11월에는 그룹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 안양 한라 구단주 자리를 내놓기도 했지만 아이스하키를 떠날 수 없었다. 정 회장은 “그룹 경영도 이유였지만 팀에 변화가 필요한 것 같아 구단주에서 물러났지만 한국 아이스하키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이번 선거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5년간 100억 투자해 경기력 향상”

정 회장은 안방에서 열리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본선에 한국이 진출할 수 있도록 국제화·전문화·투명성 제고 등 3가지 차원에서 협회를 이끌 예정이다. 정 회장은 “그룹 경영의 경험을 살려 한국 아이스하키를 세계에 알리겠다”며 “평창 대회 출전을 위해 경기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세계 대회의 국내 유치 등 스포츠 외교도 활발하게 펼치겠다”고 했다.

아이스하키는 다른 구기 종목과 달리 올림픽 때 개최국 자동출전권이 없다. 르네 파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회장이 “남자의 경우 한국이 2015년 IIHF 총회 전까지 세계랭킹 18위 안에 들면 자동 출전권 부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20위권을 오가고 있어 출전을 장담할 수 없다.

정 회장은 앞으로 5년간 100억원의 투자 재원을 확보한 뒤 외국인 지도자를 초빙하고 외국인 선수를 귀화시키는 등 경기력을 끌어올려 본선 진출을 성사시킨다는 계획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