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엔화 약세가 가속화하면서 국내 증시에 비상이 걸렸다. 수출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외국인들은 ‘엔저’ 바람을 타고 ‘바이 재팬’에 나섰다.

2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지난주 엔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0.9% 빠져 91.19엔까지 떨어져 2010년 6월(장중 91.10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주말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90.84엔에 마감됐다.

일본 증시는 엔화 약세에 힘입어 지난주 3% 가량 급등했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화 가치 하락으로 수출주들이 오르며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며 "미국 경기회복 기대와 외국인들의 지수선물 매수세도 일본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일본은행(BOJ)은 지난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2% 물가상승 목표를 도입하고 내년부터 매달 13조 엔(한화 약 155조 원) 규모의 자산을 무기한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아베 신조 내각이 강력한 통화완화책을 펼쳐 엔화 약세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많다.

홍석찬 대신경제연구소 외환연구원은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흑자와 일본의 통화완화책이 겹치며 장기적으로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 현상이 지속될 것” 이라며 “당국의 개입 정책은 속도 조절 수준을 결정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연초부터 무제한 양적완화를 통해 환율 공세를 펼치면서 국내 증시는 울상이다. 특히 수출기업들이 휘청대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조8319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11.7% 감소했다고 지난 25일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2조1112억 원)를 13.2% 밑돈 수치다. 기아차의 4분기 매출액도 11조277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9% 증가에 그쳤다. 영업이익은 4042억 원으로 51.1% 감소했다.

실적 발표 후 주가도 약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아차는 전거래일 대비 2550원(4.88%) 하락한 4만9750원에 마감했다. 장중 52주 최저가인 4만9600원까지 떨어졌다. 현대차는 3.37% 폭락해 52주 신저가인 19만7500원에 근접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대차 실적에서 보듯 환율이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며 “원화 절상의 속도가 빠른 데다 추가적으로 원화 강세가 예상돼 국내 수출주들의 실적 전망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기업들의 실적 부진 탓에 한국 증시는 한 때 1940선도 내줬다.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전주보다 2.07% 하락한 1946.69로 마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분간 엔화 가치의 등락이 코스피를 좌지우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한국 주식시장에선 엔화 가치 급락에 따라 외국인 매물이 대거 나왔다" 며 "코스피지수는 단기적으로 외국인 매수세 복귀 여부에 달렸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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