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내 세계 유리기판 시장 ‘빅4’에 오르겠다.”

박영기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사장·사진)은 지난 주말 기자와 만나 “올 상반기 중 경기 파주에 유리기판 생산 라인 2개를 추가로 착공해 2년 내 완공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2015년 중 2개 라인을 모두 가동하면 세계 유리기판 시장 점유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TV 업황 등을 고려해 당초 계획보다 착공이 늦어졌지만 계획대로라면 월 10만장대인 유리기판 생산량이 2015년 50만장대로 증가해 세계 4위권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LG화학은 용해로에서 끓인 유리액을 평평한 판에 수평으로 흘려 유리기판을 만드는 ‘플로팅’ 공법을 쓴다”며 “유리물을 수직으로 떨어뜨려 냉각시키는 경쟁사의 퓨전공법보다 손쉽게 대형 유리기판을 만들 수 있어 LCD(액정표시장치) 대형화에 유리하다”고 소개했다.

다음달부터 LG전자가 판매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TV를 염두에 두고 “LCD용뿐만 아니라 OLED용 유리기판도 만들어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했다. 이어 정확한 투자액과 착공시기는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회장에서 공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유리기판은 중대형 LCD 패널에 들어가는 부품 중 가장 비중이 높다. 전체 패널 가격 중 20%를 차지한다. 수요는 많아도 진입 장벽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TV 크기인 유리를 신용카드 두께 절반 이하로 얇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술을 확보한 미국 코닝과 아사히글라스, NEG 등 4개 업체가 98%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과점 시장인 탓에 코닝과 삼성의 합작사인 삼성코닝정밀소재는 LCD 불황에도 매년 5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LG화학과 이리코, CNBM 등 중국 업체들도 유리기판 투자를 늘리며 시장점유율을 조금씩 늘리고 있다.

이들 업체는 2010년까지 전혀 유리기판을 생산하지 못했으나 지난해엔 점유율을 1.4%로 끌어올렸다.

LG화학은 고부가가치인 유리기판을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해왔다. 2009년부터 독일 쇼트사와 손잡고 파주첨단소재단지에 3조원을 투자해 LCD 유리기판 공장을 짓고 있다. 작년 상반기 시험 생산한 뒤 4분기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갔다. 당초 0.7㎜ 유리를 생산할 예정이었다가 주요 고객인 LG디스플레이 요청에 따라 0.5㎜로 전환하면서 생산 시기가 다소 늦어졌다.

박 사장은 작년 8월 충북 청주 OLED 소재 공장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서도 처음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 사고로 OLED 생산에 차질을 빚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초기에는 재고로 물량을 공급하고 현재는 아웃소싱으로 해결하고 있어 완제품 생산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LG화학은 2011년 9월 청주공장을 완공한 뒤 작년 5월부터 OLED 소재를 생산해왔다.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층과 전자의 이동을 돕는 정공층 관련 소재가 대부분이다. 이 소재는 LG디스플레이와 대만 업체 등에 납품하고 OLED 조명은 충북 오창공장에서 생산해왔다.

박 사장은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땄다. LG화학 정보전자소재연구소장과 광학소재사업부장 등을 거쳐 2009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