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경제 부처를 진두지휘할 경제부총리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브랜드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로 물망에 오른 인사들이 하나같이 손사래를 치고 있다. 모두 “나는 아니다”고 하지만 온도차가 감지된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 등은 나이와 경력을 거론하며 제의를 받아도 거절할 뜻을 내비쳤다. 진 전 부총리는 “(내가 73세인데) 나이가 일흔이 넘으면 임명직 공직자를 맡으면 안 된다는 게 평소 내 생각”이라며 “나는 이미 군번이 지난 사람이라 공직을 다시 맡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 69세인 강 전 장관도 “나는 과거에 재경부장관을 했고 경제부총리라고 해서 그때와 책임과 권한이 다를 바 없다”며 “새정부 출범 초기에는 당선인과 가까이 있었던 사람들이 변화와 개혁을 이끌어가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지난해 대선 당시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회원회 위원장으로도 영입 제의를 받았으나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등은 공직 자체에 얽매이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언론 하마평에 너무 많이 올라 별로 관심도 없다”며 “앞으로 자연인으로 살 뿐 역할이 뭐 있겠느냐”며고 선을 그었다. 김 원장도 “나는 자유인”이라며 “(어떤 제의가 와도) 맡을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전면 거부보다는 여건 때문에 부총리를 맡기 어렵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그는 “나는 (박 당선인의 정치적 기반인) TK(대구·경북)이고 친박(친박근혜)이기 때문에 (경제부총리를) 안 하는 게 맞다”고 했다.

경제부총리에 버금가는 위상을 갖게 될 미래부 장관의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도 비슷하다.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은 지금 운영하고 있는 회사(스카이레이크 인큐베스트) 때문에 당분간 다른 일을 하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투자 업체인 스카이레이크 인큐베스트 관계자는 “진 대표가 현재 회사에서 운용하는 펀드 규모는 6조원 이상으로 이 돈이 벤처에 이미 투자된 이상 앞으로 6~7년은 회사를 떠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통부 장관을 지낸 이석채 KT 회장도 최근 야구단을 설립하는 등 추진하는 사업이 많고 무엇보다 공직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