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실리콘밸리 러시'…삼성·LG 등 현지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
영화 ‘소셜네트워크’에는 2004년 2월 하버드대 기숙사에서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저커버그가 그해 6월 회사를 실리콘밸리 팰러앨토로 옮기는 과정이 나온다. 실리콘밸리로 이전한 페이스북은 돈과 인재를 끌어들이며 순식간에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의 하나로 성장한다.

삼성 LG SK 한화 등 한국 기업들이 세계 IT의 중심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격 진출하고 있다. 일부 연구·마케팅 조직이 나가 현지 조사를 하는 수준이 아니라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코리안 러시’라는 말도 나온다.

실리콘밸리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삼성의 움직임이 현지에서 화제다. 삼성이 지난해 8월 새너제이 북부 1번가에 자리잡은 삼성반도체아메리카(SSI) 빌딩을 10층 규모의 케이크 모양 건물로 개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현지 언론은 애플이 짓고 있는 우주선 모양의 본사와 비교해 상세히 보도했다. 구글 본사가 자리잡은 마운틴뷰에 미주연구법인(SISA)이 입주할 빌딩도 지을 예정이다. 삼성은 지난해 5월 현지 모바일 음악 서비스 업체 엠스팟, 지난해 12월 저장장치 소프트웨어 업체인 엔벨로를 인수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현지 스타트업(신생기업)을 인수하거나 협력 사업을 벌이기 위해 오픈이노베이션센터 2곳을 설립하고 인력을 뽑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6월 2억5000만달러(약 2870억원)를 들여 실리콘밸리의 저장장치 소프트웨어 업체인 LAMD 지분 100%를 인수했고, LG와 한화그룹은 지난해 4월 각각 현지에 대형 연구·개발(R&D) 조직을 만들었다. LG는 현지 기술을 찾아 계열사에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북미기술센터를, 한화는 주력 신사업으로 떠오른 태양광 연구소인 한화솔라아메리카를 세웠다.

대기업뿐 아니다. 지난해 실리콘웍스 브레인즈스퀘어 엠티아이 씰테크 등 20여곳의 중소기업이 실리콘밸리에 사업조직을 만들었다. 한국인이 세우는 스타트업도 늘고 있다. 현지 한국인 엔지니어들이 만든 친목단체인 K그룹 회원은 지난해 11월 2000명을 넘어섰다.

한국 기업들이 실리콘밸리 진출을 가속화하는 이유는 뭘까.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세운 스타트업 진흥기관인 스타트업아메리카의 스콧 케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실리콘밸리에는 휴렛팩커드(HP) 이후 70여년간 형성된 강력한 혁신 생태계 속에서 수많은 혁신 기업과 기술이 끊임없이 탄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HP 인텔 시스코시스템스 등 반도체와 컴퓨터 관련 기업들이 자리잡았던 실리콘밸리에는 2000년대 들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첨단 IT 기업들이 꽃을 피우고 있다. 여기에 6000여개의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스탠퍼드대와 버클리대를 중심으로 세계에서 창의적 인재들이 모이면서 미국에서도 가장 혁신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한국경제신문은 5회에 걸쳐 실리콘밸리 스마트 혁신의 비밀을 집중 탐구한다.

새너제이=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