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동 뜨고, 가리봉동 지고.’

국내에 살고 있는 조선족들이 서울 가리봉동에서 대림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대림동에선 조선족들이 자리를 잡으면서 저가 전·월세 시장이 안정적으로 형성되고 있지만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된 가리봉동에선 노후화가 가속화되면서 조선족들이 빠져 나가는 추세다.

대림2동은 4~5년 전부터 조선족들이 몰리면서 ‘조선족 타운’으로 불리고 있다. 대지 100㎡ 규모의 단독주택은 보통 3층에 사는 집주인이 반지하에 4가구, 2층에 2가구, 옥탑방에 1가구 정도 월세를 놓을 수 있다. 합하면 집주인은 한 달에 200만원 이상 월세 수입을 올린다. 인근 다사랑공인 민경옥 대표는 “타 지역의 반지하방은 찾는 사람이 많이 줄었지만 이곳은 여전히 월세 수요가 있는 편”이라고 전했다.

지역 상권도 규모가 커졌다. 대림 중앙시장에서 지하철 대림역(2·7호선) 12번 출구까지 이어지는 상권은 30~40㎡ 규모 점포의 권리금만 4000만~5000만원에 달한다. 대림역 근처는 권리금이 5년 전 500만원에서 1억원까지 오른 곳도 있다.

현지 중개업소들에 따르면 조선족들은 주로 건설 노무직이나 가사 도우미에 종사하면서 강남·서초 등 일터와 가깝고 교통이 편리한 대림동을 선호하고 있다.

반면 원조 조선족 거주지역이라 할 수 있는 가리봉동 125 일대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주변 구로디지털단지, 가산디지털단지에는 대형 빌딩들이 들어왔지만 이곳은 여전히 1970~1980년대 ‘벌집촌’과 같은 쪽방이 남아있다. 평균 5~12㎡의 부엌이 딸린 쪽방은 보증금 50만~100만원, 월 임대료 15만~30만원 정도여서 임대 수입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이곳에서 만난 한 조선족은 “처음에 임대료가 싼 가리봉동에 왔다가 돈을 벌면 인근 대림동이나 건대 인근 화양리로 이주한다”고 전했다.

2003년 서울시가 가리봉동 일대를 균형발전촉진지구로 지정했지만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던 것이 낙후가 가속화된 원인이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